첫목회, 한동훈 향해 “특정인 책임 묻지 않을 것”

‘총선백서 특위 회의’서 황우여 “개인 책임 추궁

하지 말자”…조정훈 위원장 “읽는 사람이 해석”

‘전대 출마설’ 커지자 촉각…”책임론 능사 아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총선 참패 반성문을 쓰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한동훈 책임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이름을 총선백서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엇갈린 의견들이 나오면서다. 당내에선 한 전 위원장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최대 이슈로 커지면서 그의 책임론 여부가 당내 파워게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단 시각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3040세대 모임인 ‘첫목회’는 15일, 전날부터 무박 2일로 진행했던 밤샘토론 결과를 담긴 성명을 발표하면서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첫목회 간사인 이재영 서울 강동을 조직위원장은 “이태원 참사에서 비쳐진 공감 부재의 정치, 연판장 사태로 비쳐진 분열의 정치, 강서 보궐선거로 비쳐진 아집의 정치, 입틀막으로 비쳐진 불통의 정치, 호주대사 임명으로 비쳐진 회피의 정치, 국민이 바랐던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음에도 정부는 부응하지 못했고 당은 무력했다”며 다섯 가지 이유를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성명서 발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선 한 전 위원장 책임론이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이에 박상수 인천 서갑 당협위원장은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어떤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전혀 없었다”며 “선거 패배 원인을 살펴보면 선거운동 기간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지난 2년간의 모든 것이 평가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3040세대 모임인 '첫목회' 이재영 간사(왼쪽 두 번째)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보수 재건과 당 혁신을 주제로 밤샘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3040세대 모임인 ‘첫목회’ 이재영 간사(왼쪽 두 번째)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보수 재건과 당 혁신을 주제로 밤샘 토론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책임론이 떠오른 건 전날 열린 국민의힘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회의에서도 같은 주제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전에 열린 제3차 총선백서 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책임은 당대표가 사퇴한 것으로 정치적 책임은 봉합하자”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에게 더 이상의 책임을 묻지 말자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위원장이 이 같은 발언을 꺼낸 건 지난 2차 총선백서 회의에서 한동훈 책임론이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차 회의 당시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백서) TF는 법률적 책임을 묻는 곳은 아니지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곳”이라며 “백서의 최종 페이지에 이번 총선 최종 책임자 리스트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정훈 총선백서 특위위원장은 3차 회의 이후 “직설법을 쓰나, 은유법을 쓰나 읽는 사람이 다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총선 기간 중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백서에서 다 해소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총선백서 특위는 이미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과의 면담을 마쳤고, 곧 한 전 위원장과 면담에 나설 방침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정훈 총선백서 특위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정훈 총선백서 특위 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 건 최근 불거진 전당대회 등판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직후 발간되는 백서는 책임 소재를 기록하는 공식 문서다. 그런 만큼 책임론이 집중된 이들은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한 전 위원장의 지지자들의 모임인 팬카페 ‘위드후니’ 회원들이 총선 전 1만8000여명에서 이날 기준 6만5000명까지 세를 불리고 ‘책임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이유도 백서가 한 전 위원장의 등판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당 안팎에서도 한 전 위원장을 향한 과도한 책임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첫목회 토론 직후 이승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살아있지 않느냐. 대선 지고 지선 지고 그래도 자기 보궐선거 나가고 또 당대표 되고 하는 모습을 다 보셨지 않느냐”라며 “특정인을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일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총선 패배 책임론을 거론하는데 그에게는 비대위원장이라는 직책에 따른 형식적 책임이 있을 뿐 실질적 책임은 따로 있다”며 “그의 입당 이후 승기가 무르익었을 때 거기에 찬물을 끼얹고 참패를 자초한 동인이 무엇이었는지는 당원이 알고 국민이 안다”고 적었다. 총선 참패의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조 의원은 “총선 때는 구원투수로 출전했다가 패전처리투수로 끝냈는데, 이제는 선발투수·주전투수로 나서야 한다”며 “한 전 위원장이 정치에 뜻이 있고, 당과 국민에 대해서 소명 의식이 있다면 이제 그 역할에 출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론을 넘어 한 전 위원장이 아예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백서가 솔직한 건 좋지만 굳이 인명을 명시한다면 분명히 특정인을 향한 명백한 공격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중요한 건 어떤 사안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했고, 어떻게 실패했고, 그걸 어떻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걸 적고 그걸 어떻게 고치느냐 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책임론을 담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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