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이마 위쪽과 턱 아래쪽이 편집 과정서 잘려나간 사진이 신문에 실리자, 대통령실이 기자에 전화해 유감을 표했다.

16일 경향신문 사진부 김창길 기자는 <"대통령 사진 잘려 유감" 용산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7일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중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1면에 작게 들어간 윤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위와 아래가 잘려 나가서 유감이라는 내용이었다. 머리가 아찔했다.” 김 기자는 썼다.

출근길 대통령실로부터 걸려온 전화? ⓒMBC
출근길 대통령실로부터 걸려온 전화? ⓒMBC

대통령실이
대통령실이 “유감” 표명한 윤 대통령 사진. ⓒMBC

또 김 기자는 이날 통화를 한 직원이 “해당 날짜의 신문에 야당 지도자 사진은 윤 대통령에 비해 이미지가 좋다는 언급도 덧붙였다”고 했다. 지목된 기사는 4면에 실린 것이다.

이재명 대표 부부 기사 사진. ⓒMBC
이재명 대표 부부 기사 사진. ⓒMBC

비판 내용의 기사였다. ⓒMBC
비판 내용의 기사였다. ⓒMBC

이재명 대표와 부인 김혜경 씨가 지역구에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 참석해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는 사진이 실려있다. 이 대표 부부의 웃는 모습이 실렸지만, ‘이재명 위헌적 발상 논란’이라며 이 대표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였다. 

김 기자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미지에 대한 대통령실의 감각은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우상화하는 북한정권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며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초상 사진이 걸린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 지도자의 모습이 잘려나가는 것을 금지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지를 실재와 혼동하는 것이 바로 우상 숭배”라며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석했던 북한 응원단이 거리에 걸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비를 맞고 있다며 눈물을 흘리고 사진을 회수하던 모습을 기억하냐”고 꼬집었다.

야권 “협박 아녀도 압박 느낄 것”, “용산 분위기 안 좋은 듯”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이를 두고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기가 막힌다. ‘어떻게 우리 대통령님 용안에 손을 대?’라고 생각했던 걸까”라며 “앞으로 윤 대통령의 신체 일부를 부각시키는 방식의 캐리커처나 만평에도 모두 ‘유감’ 전화를 할 거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비서관이 아무리 점잖게 ‘유감’을 표명했더라도, 전화를 받은 언론인들은 유쾌하지 않을 거다. 협박까지는 아니어도, 압박으로 느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경향신문에 실린 윤 대통령 이미지는, 인쇄 매체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언론자유대책특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일그러진 얼굴이 나오거나 이러면 그럴 수 있는데 저게 왜 (문제가 되느냐)”며 “(사진은) 이상하지 않다. 어떤 대통령의 위엄을 나타내려는 사진으로 보여지는데 오버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용산 분위기가 상당히 안 좋구나. 좋은 분위기면 저런 거 가지고 직원이 기자한테 저런 전화 안 한다”고 했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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