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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2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접수 창구에는 ‘신분증 지참’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서윤기자

“신분증 챙겨와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없으면 진료를 못 보는 겁니까?”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 시행 첫날인 20일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박모씨(62)는 접수창수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접수하는데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병원 직원은 신분증이 없다면 여권이나 모바일 신분증 등을 보여달라고 안내했지만, 모바일 신분증은 60대인 박씨에게는 접하기 어려운 신문물이었다. 박씨는 “병원에 신분증 가지고 와야 하는 줄 몰랐다”며 “직원이 휴대전화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라는 데, 할 줄 몰라서 접수하는데 한참 걸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병원 갈 때 신분증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게 오늘부터인 줄 몰랐다”며 “직원이 모바일로 국민건강보험 앱을 설치하라 하는데, 할 줄 몰라서 앱 깔고 본인인증 하는 데 한 참 걸렸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문제를 일단락 지었지만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하지 않으면서 의료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제도가 이날부터 처음 시행되면서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날부터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진료를 받을 때 신분증 지참을 의무화했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건강보험을 대여·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요양기관 본인 확인 강화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대학병원에서는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거나 신분증을 차에 놓고 왔다며 급하게 주차장으로 뛰어가는 등 신분증 요구에 깜짝 놀라는 환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보호자는 자신이 초진 접수를 하려다가도 환자 본인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안내에 손짓으로 대기석에 앉아있던 부모님을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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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 내과를 찾은 한 남성이 신분증을 지참해야 된다는 안내를 받고 있다. /박주연 기자

여의도 곳곳의 동네 병원에서도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아 혼선을 빚은 건 마찬가지였다. 신분증을 요구하면 주머니를 더듬거리다가 신분증을 어색하게 꺼내는 한편, 신분증이 없는데 어떡하느냐는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여의도 한 내과에서는 환자 7명이 줄지어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아 자신의 휴대전화에 국민건강보험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는 등 접수 전부터 진료가 일부 지연되기도 했다. 직장인 최은희씨(51)는 “근무 시간 잠깐 시간 내서 병원에 왔는데, 신분증을 보여달라 해 깜짝 놀랐다”며 “자칫 비싸게 진료비를 낼 뻔했는데 다행히 휴대전화로 본인인증을 할 수 있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동네 병원들은 시행 제도 정착화를 위해 접수창구 주변에 ‘전자신분증 애플리케이션 설치법’을 부착해 놓는 등 자체 노력을 벌이기도 했다. 간호사들은 대기 중인 환자들에게 일일이 “신분증 보여주세요”라고 안내했고, 접수처에서도 ‘진료 전 신분증을 꼭 제시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붙여놓기도 했다.

주민 박현옥씨(67)는 “지난주 이비인후과 방문했을 때 병원에 붙여 놓은 안내문을 보고 이제 신분증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원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니지 않지만, 오늘 신경 써서 챙겨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부터 병·의원을 내원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진료비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신 진료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다만 19세 미만 환자이거나 응급환자인 경우, 해당 병·의원에서 6개월 이내에 본인 여부를 확인한 기록이 있는 경우 등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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