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상 “당심·민심 배분해 지도부 선출해야”

유흥수 “백서 발행, 전대 후 하는게 좋지 않나”

與 내부 ‘수용’ 모드…한동훈 ‘정치부담’ 축소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상임고문들이 전당대회 내 민심 반영과 총선백서 발간 연기를 요구했다. 당심과 민심을 적절히 배분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시대의 흐름이라는 분석에서다. 아울러 전당대회(전대) 출마가 유력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얽힌 오해를 피하기 위해 총선백서를 전당대회 후에 발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전대 룰 개정과 백서 발간 연기라는 두 안건을 놓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준상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황우여 비대위원장 등 현 지도부와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대 룰은 당심과 민심이 반영된 룰을 만들어서 해달라고 (지도부에) 했다”며 “(당원투표) 100%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고 있었지만, 대체로 당심과 민심을 적절히 배분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게 시대의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대표 경선에 민심(일반 여론조사)을 반영해야 한단 요구를 지도부에 전달한 것이다. 상임고문단이 이를 요구한 이유는 총선 패배로 인해 확인된 민심 이반을 되돌리기 위해 일반 유권자를 포함해 민심과의 괴리를 줄이자는 취지다.

황우여 위원장도 어느 정도 결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황 위원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새 대표를 뽑는 전대 룰 개정 작업을 차기 지도부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앞서 지난 14일 MBC라디오에 나와 “(전대 룰 개정은) 필요하다면 정통성 있는 지도부, 당원들 총의에 따라 선출된 지도부가 당원의 뜻을 물어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그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 이철규 의원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당에서도 룰 변경은 거의 된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아울러 상임고문단은 지도부에게 총선백서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4·10 총선 패배 분석을 위한 총선백서가 자칫 특정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듯한 ‘낙인’ 방식으로 작성되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생기고 있어서다. 상임고문단은 이 같은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백서 출간을 전대 뒤로 미루라는 의견을 황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유 상임고문은 “어떤 특정인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게 백서의 성격이 돼서는 안 된다”며 “어떤 고문들은 좀 천천히 해라, 어떤 분은 징비록 같이 미래를 준비하는 성격의 백서를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유흥수 상임고문도 “백서는 언제든 발행해야 하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으니 전대를 넘겨서 뒤에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백서 출간은 현재 당 안팎의 가장 큰 이슈다.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론을 백서에 명시하느냐를 두고 친윤(親尹)과 친한(親韓)계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서다.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이날 “백서는 절대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을 공격하지 않고, 국민의힘만 생각하며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며 “총선백서의 의도와 목적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조 의원은 이날 오후 백서 특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백서 발간 시기를 전당대회 이전으로 하느냐, 이후로 하느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위도 이날 백서 출판 시기를 놓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내에선 전대 룰 개정과 백서 발간 시기를 두고 황 위원장의 고심이 깊어질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현재 이슈로 떠오른 두 가지 안건 모두가 사실상 한동훈 전 위원장과 연결된 이슈여서다. 황 위원장이 두 안건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경우 한 전 위원장의 출마에 걸림돌이던 정치적 부담이 사라질 수 있어 일각에서는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단 의견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백서의 원래 의도가 어쨌건 지금은 한동훈 (전 위원장의 당권 도전) 이야기가 나오면서 기존 의도가 오염됐다고 보는 편이 맞다”며 “그럴 거면 고문들 말씀대로 아예 오해가 없도록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갖고 좀 더 확실한 내용들을 담아서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전대 룰이든 백서 발간이든 전부 한동훈 위원장과 관련된 이슈 아니냐”라며 “이슈를 길게 끌어 괜한 오해를 자꾸 만들 필요 없이 빠른 결단이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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