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26일 연금개혁 관련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여당은 “22대 정기국회에서 처리”를 강조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 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힙

여야가 오는 28일 ‘채상병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다시 첨예한 대치에 들어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채상병특검법이 그간의 관례에서 벗어나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점과 채상병 사망 사건이 현재 수사 중이라는 점을 들어 부결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채상병특검법 추진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운운하며 가결을 위한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기명으로 이뤄지는 재표결에서 현재 국회 재적의원 295명이 전원 출석할 경우 국민의힘 의원 17명이 찬성표를 던지면 채상병특검법은 통과된다. 여당 안팎에서는 안철수·유의동·김웅·최재형 등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 외에도 일부 이탈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4·10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변심’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채상병특검법이 실제로 가결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 경우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되므로, 당 차원에서 표 단속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는 “야당의 의지대로 법이 통과되면 입법 독주가 예상되는 데다 당의 기강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17표라는 반란표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재표결에서 채상병특검법이 부결되더라도 여당 내에서 상당수 이탈표가 나올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민연금 개혁안의 21대 국회 내 처리를 압박하며 정국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 그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채상병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여당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면서 교육·노동과 함께 윤석열 정부 ‘3대 개혁’의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안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28일 본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혁안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6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21대 국회에서 모수 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 개혁을 추진하자”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연금 개혁은 모수 개혁과 구조 개혁 모두 필요한 지난한 과제로 청년과 미래세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22대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해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일방적으로 채상병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연금 개혁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참 나쁜 정치이자 꼼수정치”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연금개혁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하고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연금개혁안을 최우선 처리할 것을 야당에 역으로 제안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여야 의원들은 9%인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42%인 명목 소득대체율을 얼마나 올릴지를 놓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율은 월급 중 보험료로 지불하는 비율을 뜻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이다. 국회가 극적으로 개혁안을 도출하면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연금개혁에 성공하게 되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극명하므로 관련 논의가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21대 국회 막바지 여야 상황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이미 야당에 빼앗겼다는 견해를 보인다. 양 교수는 “이 대표가 한쪽에서는 채상병특검법 재의결을 압박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정부 안을 수용하겠다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는 ‘이중전략’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와 여당이 야당에 정책 이슈에서 밀리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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