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에 시공사가 붙인 ‘경고문’이 걸려 있다. /이지은 기자


[땅집고] 지난 22일 오후 찾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강남권을 지나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황금 노선’으로 불리는 지하철 9호선 언주역 3번 출구 쪽 대로변을 따라 3분 정도 걷다 보니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3월 삽을 뜬 총 94가구 규모 역세권 청년주택 공사 현장이다.

하지만 이 현장 펜스에는 새빨간 종이에 쓰인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청년주택 시공을 맡은 구산건설이 건축주로부터 각종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공사를 중단한 채 유치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 경고문 옆에는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현황’과 ‘기성금 지급 세부내역’ 등 서류가 함께 보였다. 현재 이 청년주택은 착공한지 1년 3개월여가 지났는데도 철거 및 토지정리 등 기초 토목공사 정도만 마치고 빈 땅으로 방치된 상태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이 철제 펜스가 둘러진 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지은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가 겹친 ‘3중고’ 영향으로 젊은 층 주거 복지를 위해 시작된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도 멈춰선 분위기다.

역세권 청년주택이란 만 19세 이상에서 39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주변 시세 대비 낮은 임대료로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부동산 호황기던 3~4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로부터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고 임대수익을 올리려는 기업·개인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건설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청년주택 현장마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건물 공사를 중단하거나, 아예 사업을 철회하고 부지를 매각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땅집고] 지난해 3월 착공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이 철거 및 부지 정리만 마친 채 빈 땅으로 방치돼있다. /이지은 기자

대표적인 곳이 강남구 논현동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이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건축주인 김모씨는 2006년 부지를 매입한 뒤 2019년부터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진행했다. 지하 3층~지상 16층에 총 94실로 규모는 작지만, 보기 드문 강남권 청년주택인데다 지하철 9호선 언주역과 7호선 학동역을 걸어서 갈 수 있는 더블역세권인 만큼 입지가 좋다. 하지만 공사비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해, 현재 공사가 완전히 멈춰선 상태다.

사업을 아예 포기하고 부지를 팔아 넘기기로 결정한 현장도 있다.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장 4곳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62-7외 1필지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5가 146-1외 2필지 ▲서울시 중랑구 중화동 207-22 ▲서울시 송파구 거여동 26-1 등이다. 모두 개발 인허가 절차를 마친 현장이고, 두 곳은 착공까지 돌입했다.

[땅집고]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가 개발하려다가 매각을 결정한 역세권 청년주택 부지 중 한 곳. /부동산플래닛

당초 자이에스앤디는 4곳에 현장에 주택 브랜드인 ‘자이엘라’·’자이르네’ 등을 적용한 청년주택을 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택개발 부문 영업이익이 2022년 696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127억원으로 적자 전환하자, 청년주택 부지를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대구시 ‘만촌 자이르네’와 서울 ‘신설동 자이르네’에서 발생한 미분양을 만회하려는 전략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자이에스앤디가 보유했던 청년주택 현장 4곳 모두 역세권인 만큼 서울에서 알짜로 꼽히는 땅인 데다, 인허가를 마쳤을 정도로 사업이 진척된 점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선 매각 자체가 뼈 깎는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역세권 청년주택 건설이 줄줄이 멈춰서면 공급량이 서울시가 계획했던 목표치를 크게 하회하고 있다. 더군다나 시장 침체가 본격화한 올해에는 신규 인허가까지 줄어드는 상황이다. 실제로 강동길 시의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허가 받은 역세권 청년주택 현장이 단 1곳(616가구)에 불과하다. 2022년 20건(6372가구), 지난해 10건(3174가구)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인허가 실적이 바닥 수준인 셈이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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