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 사과문(위)과 르크크 이경규 사과문(아래) / 사진 = 유튜브 커뮤니티 캡쳐
피식대학 사과문(위)과 르크크 이경규 사과문(아래) / 사진 = 유튜브 커뮤니티 캡쳐

최근 인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과 ‘르크크 이경규’가 나란히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피식대학은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듯한 인상의 내용이 문제가 됐고 결국 해당 콘텐츠 공개 일주일 만에 출연진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피식대학 출연진들은 “해당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인정하며 “콘텐츠적 재미를 위해 무리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습니다.

르크크 이경규 제작진은 진돗개 혐오를 조장한다는 논란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제작진은 “반려견 입마개 착용과 관련 진돗개 견주만을 좁혀 보여드려 상처를 드렸다”며 “신중하게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과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과거 피식대학 출연진은 한 인터뷰에서 “선을 넘고 싶다” “재밌는 코미디를 만들려면 조금씩 불편함을 넘으면서 그 선과 싸워야 한다” 등 이번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선’을 넘나드는 듯한 일부 유튜브 콘텐츠들, 법으로 따져보면 어떻게 될까요?

'메이드 인 경상도' 영양 편 / 사진 = 유튜브 캡쳐
‘메이드 인 경상도’ 영양 편 / 사진 = 유튜브 캡쳐

◇개그는 개그라지만…지역 비하 막말 쏟아놓은 피식대학

300만 구독자를 보유한 피식대학은 지난 11일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콘텐츠에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장면이 가득했습니다.

낯선 버스정류장 명칭을 보고 “중국 아니냐”고 조롱하는가 하면 제과점과 식당에서는 “젊은 애들이 햄버거 먹고 싶은데 없어서 대신 먹는 것” 등 지역 사정을 비웃는 듯한 말을 합니다. 영양 특산물 블루베리 젤리를 맛보곤 “할머니 살 뜯는 것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하천을 둘러본 뒤엔 ‘똥물’이라고 표현합니다.

영상이 공개된 직후부터 “영양이 소도시라서 만만하니까 대놓고 디스한 것 아니냐” “누군가의 소중한 터전을 이렇게 모욕해도 되나” 등 누리꾼들의 비판이 줄을 지었습니다. 결국 해당 영상은 사과문이 올라온 뒤 비공개 처리되는데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나서 콘텐츠 내용을 문제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오도창 영양군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코미디 프로지만 군민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지역을 비하하는 방송 소재는 매우 부적절했다”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최장수 군” “별천지를 누리고 자작나무 숲에서 천연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며 지역을 홍보했는데요.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영양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진 바 있습니다.

매일신문 '뉴스캐비닛'에 출연한 오도창 영양군수 / 사진 = 유튜브 캡쳐
매일신문 ‘뉴스캐비닛’에 출연한 오도창 영양군수 / 사진 = 유튜브 캡쳐

◇지역비하 발언, 명예훼손 처벌할 수 있을까?

방송법 제5조는 방송이 지역 갈등을 조장해선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유튜브를 포함한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유튜브와 같은 개인 인터넷 방송은 방송법 대신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됩니다.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 콘텐츠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합니다.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렇다면 해당 영상을 지역민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명예훼손의 요건은 △공연성 △특정성 △비방의 고의 등입니다. 웃음을 주려는 의도였다고 항변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공간에서 공익과 무관하게 영양을 비하한 사실은 자명한데요. 그러나 지역이나 단체에 대한 폄하는 요건 가운데 특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직접 피해를 본 주민으로 명예훼손의 대상을 국한한다면 어떨까요? 혹평 세례를 당한 제과점과 백반집은 상호가 고스란히 노출됐는데요. 백반집 사장님은 인터뷰에서 “점심 영업 끝났는데도 유명 유튜버라고 하길래 식사를 내준 내잘못”이라며 “힘들어서 가게 문 닫고 바람 좀 쐬고 올까 고민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경우라도 명예훼손이 인정되긴 어렵습니다. 명예훼손은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구체적 사실이 있어야만 성립하는데요. 2020년 한 유튜버가 방송에서 ‘배달원이 음식을 빼먹었다’며 허위사실을 언급해 유죄를 선고받은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반면 피식대학의 발언은 주관적인 표현 내지 의견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식당을 방문한 손님의 ‘맛이 없다’는 후기는 평가에 불과해 처벌할 수 없는데요.

다만 명예가 실추됐다고 느낀 피해자는 플랫폼 고객센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콘텐츠의 삭제와 임시차단조치, 반박내용의 게재 등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정신적 피해나 재산상 손해를 입증한다면 불법행위에 의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합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 약칭: 정보통신망법 )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존중냉장고' 중 진돗개의 입마개를 언급하는 장면 / 사진 = 유튜브 캡쳐
‘존중냉장고’ 중 진돗개의 입마개를 언급하는 장면 / 사진 = 유튜브 캡쳐

◇진돗개 혐오·허락 없는 몰카…존중 없는 존중냉장고

유튜브 웹예능 ‘존중냉장고’는 첫 회만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경규의 대표작 ‘양심냉장고’를 최신 버전으로 재탄생시킨 존중냉장고는 매회 존중을 잘하는 사람을 찾아 냉장고를 선물하는 방송입니다. ‘반려견 산책 시 존중을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첫회 영상에서 이경규를 비롯한 출연진들은 시민들의 펫티켓 준수 여부를 관찰했습니다.

문제가 된 건 진돗개가 산책을 하는 장면이었는데요. 동물보호법상 진돗개는 맹견이 아니기 때문에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방송에서도 이 사실을 언급합니다. 그러나 이후 방송 내용은 유독 진돗개한테만 가혹합니다. 

출연진들은 입마개 없는 진돗개를 보고 “대형견은 입마개를 했으면 좋겠다”며 “위협적인데”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막도 ‘답답하다 진짜’ ‘이번에도 입마개 없음’이라며 마치 견주들이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반면 사모예드나 말라뮤트 등 진돗개보다 몸집이 큰 대형견이 등장했을 땐 “귀엽다” 등의 찬사만 나올 뿐 입마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영상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진돗개에 대한 편파적인 내용뿐 아니라 ‘몰래 카메라’라는 방송 형식 역시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서부공원여가센터와 경의선숲길공원 측에 촬영 협조를 받았다는 문구만 등장할 뿐 시민들의 촬영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았는데요. 

방송에서 저격당했다고 주장하는 시민은 “공포감을 조성하는 무지한 진돗개 견주로 박제됐다”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이어 “지인들이 알아볼 만한 강아지와 제 인상착의가 다 나와 있다”며 “모욕적 영상에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영상에 나온 다른 견주 역시 “산책 중 촬영에 대해 고지받은 적 없다”며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한 영상이니 내려달라”고 댓글을 남겼습니다. 

EBS 교양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연한 설채현 수의사는 “입마개를 안 해도 되는 개가 입마개를 안 한 것과 동의받지 않고 촬영해 다수가 보는 영상에서 평가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는 건지 난 모르겠다”며 SNS에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존중냉장고' 1회에 달린 댓글 / 사진 = 유튜브 캡쳐
‘존중냉장고’ 1회에 달린 댓글 / 사진 = 유튜브 캡쳐

◇허락 없이 영상 촬영, 초상권 침해일까?

양심냉장고가 방영된 1990년대엔 몰래 카메라 포맷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당사자 동의 없는 촬영은 불법이라는 인식이 팽배한데요. 초상권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 또는 공표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의미합니다. 실정법상 명시 조문은 없지만 헌법 제10조가 그 근거가 됩니다.

유튜브가 인기를 끌면서 브이로그나 생중계 방송을 찍는 모습을 심심찮게 접하게 되는데요. 원치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모습이나 사생활이 카메라에 포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초상권 침해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요? 

촬영 상황이나 목적에 따라 초상권 침해 여부가 갈리는데요. 전문가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배경을 찍다가 우연히 타인이 포함되거나 뉴스에서 시민이 거리를 지나가는 등 개인이 부각되지 않는 대다수의 경우 법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피해가 매우 경미할 뿐 아니라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익상 의무를 지기 때문입니다.

영상 내용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불법촬영을 구성한다면 별도의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단순한 초상권 피해는 민사적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초상권 침해 금지 및 방해 예방 청구의 소를 제기하거나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법원에 게시 중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하는데요. 가장 간편한 방법은 사이트 자체 규정을 통해 처리하는 겁니다. 유튜브는 고객센터에서 개인정보 침해 신고를 접수해 영상 삭제 또는 모자이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존중냉장고도 초상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초상권을 보호하려면 초상권자의 사전 동의를 얻거나 신원이 특정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요. 이에 산책 중인 시민들의 얼굴은 대체로 모자이크를 거친 모습입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초상권은 얼굴 뿐 아니라 신체 전부를 포함하는데요. 댓글에서 지적한 대로 얼굴을 가렸더라도 노출된 다른 부위를 통해 알아볼 우려가 남아 있습니다.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인터넷 강의업체가 얼굴은 다른 사진으로 합성했더라도 원고의 신체를 도용한 건 초상권 침해라고 봤습니다. 

모자이크도 없이 억울하게 비난받은 진돗개는 어떨까요? 초상권은 인격권이기 때문에 동물들에게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신 보호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소유권, 즉 독점적 사용·수익권을 주장할 수 있는데요. 재산을 무단으로 촬영해 수익을 창출한 제작진을 상대로 소유권 침해 금지 및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장지수
감수: 법률N미디어 엄성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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