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아워홈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31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난했던 오너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캐스팅보트는 장녀다. 그가 지금처럼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 측에 힘을 보태면 막내동생이자 현 대표인 구지은 부회장을 몰아내고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워홈은 사모펀드 등에 경영권이 매각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대로 동생 손을 들어 자사주 매입 안건이 받아들여질 경우 현 경영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워홈 본사. [사진=뉴시스]

아워홈은 오전 11시 임시 주총을 열어 신임 사내이사 선임, 자사주 매입 등 주요 안건을 논의한다.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상법상 최소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자본금 10억원 이상 기업은 사내이사가 최소 3인이어야 하지만, 지난달 열린 정기 주총에서 구지은 부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10여 명의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현재 아워홈 사내이사는 2명뿐이다. 2명의 사내이사는 구지은 부회장의 첫째 언니인 구미현씨와 그의 남편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로 둘 다 지난 정기 주총에서 처음 이사회에 진입했다.

구지은 부회장과 그 측근들의 재선임 안건이 부결된 건 이번에 이사회에 진입한 구미현씨가 장남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구미현씨는 지난 2021년 차녀, 막내와 연합해 장남을 대표이사에서 끌어내린 바 있으나 이번엔 입장을 달리했다. 구지은 부회장 체제로 전환된 후 적자 상태인 아워홈의 경영 정상화를 이유로 배당금이 대폭 축소됐는데, 이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구본성 아워홈 전 부회장. [사진=아워홈]

아워홈은 구자학 전 회장의 1남 3녀가 전체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으로 지분 38.6%를,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은 20.67%, 장녀인 구미현씨는 19.28%, 차녀인 구명진씨는 19.6%를 갖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의 지분을 합치면 50%가 넘는다.

현재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사내이사 후보로 자신의 아들인 구재모씨와 측근인 황광일 전 중국남경법인장을 올렸다. 이들의 선임안이 주총을 통과한다면 장남·장녀 연합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이 경우 경영권이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씨 모두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지분을 현금화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자신의 지분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구미현씨가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사진=아워홈]

또 다른 주요 안건인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구지은 부회장의 마지막 승부수다. 아워홈의 배당 가능 이익인 5331억원을 활용해 1년 안에 전체 주식의 61%(1401만9520주) 한도에서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사실상 캐스팅보트인 구미현씨를 겨냥한 메시지다. 아워홈의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지분을 사서라도 현금화를 보장할 테니, 임시 주총에서 마음을 돌려달라고 언니를 설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이 경우 구지은 부회장과 우호세력인 차녀 구명진씨의 지분이 구본성 전 부회장을 넘어서게 된다.

자사주 매입은 세금 부담 등이 높아 현금화를 원하는 구미현씨 입장에선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아워홈이 구미현씨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임의로 매입 단가를 높였다가는 배임 소지가 있다. 다만 구미현씨가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장남의 도덕성 논란과 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한 본인의 전문성 논란 등에 압박을 느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지난 24일 아워홈 마곡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에서 구지은 부회장이 임직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아워홈]

회사 내부적으로는 현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쓰는 등 구지은 부회장 체제에서 낸 성과가 적잖기 때문이다. 아워홈 노동조합은 구미현·이영열씨 자택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업무상 횡령 배임 혐의를 받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엄벌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노조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도가 재판 등 혐의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구지은 부회장 역시 최근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며 경영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 24일엔 아워홈 서울 마곡 본사에서 열린 임직원 가족 초청 행사에서 “어릴 적 아버지가 전해주던 일터 이야기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창업주인 고 구자학 회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구지은 부회장이 경영권 수성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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