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의 한 대학 의과대학의 모습(왼),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오). ⓒ뉴스1
24일 서울의 한 대학 의과대학의 모습(왼),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오). ⓒ뉴스1

27년 만의 의대 정원 증원이 마무리 단계이지만, 정부는 의료 공백을 해결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미복귀 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데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기존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6일 브리핑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보건복지부에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는 한편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의 곁에서 수련을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의료 개혁 완수를 위해 △필수·지역의료 강화 △의료인의 의료사고 소송 부담 완화 △전공의 처우 개선 방안 등을 구체화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교육부에도 “(의대) 증원이 이뤄진 대학과 적극 협력해 대입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원활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당부와 지시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지시한 전공의 노동시간 단축 등의 수련환경 개선, 지역의료 투자 강화 등은 보건복지부가 이미 수차례 밝혔다. 그만큼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 소속 전공의 9996명 가운데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인원은 658명(21일 기준·6.6%)뿐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월19일부터 병원을 떠나, 수련 공백이 3개월은 이미 지나 내년도 전문의 취득이 쉽지 않은 상태다. 앞서 정부가 복귀 유도를 위해 휴가·휴직 신청 시 최대 4개월까지 예외를 두겠다고 밝혔지만,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뉴스1

전공의 복귀가 없으면 대형병원은 새 전공의가 들어오는 내년 3월까지 입원·수술 등을 줄이며 버텨야 한다. 정부는 군의관·공중보건의 투입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한계를 인정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공의가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40%를 차지했기 때문에, 복귀하지 않으면 비상진료 대책 운영에 한계가 다다를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의 피로가 커지고, 진료 축소에 따른 병원 적자도 쌓여 대형병원 기능의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업 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학생들이 유급돼 의대생의 의사 자격 취득 시기가 늦어지면, 증원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진 한명의 전공의라도 더 돌아오게 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며 “이들이 처우 개선 등 요구사항을 내놓는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텐데, 정부로서 수용할 수 없는 ‘증원 철회’만 반복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한겨레 천호성, 장나래 기자 /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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