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22대 첫 본회의서 의장단 선출 표결

‘당원 주권’ 강화 등 秋 탈락 후폭풍 ‘ing’

과거 추미애 당대표 때도 투톱 갈등 지속

‘머리자르기’에 입지 좁아지고 ‘패싱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 2017년 7월 국회 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나란히 참석해 앉아 있다. ⓒ뉴시스

국회의장에 내정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5일로 예정된 22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의장 선출을 위한 마지막 절차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우 의원이 자당 후보로 선출된 데 따른 강성 당원들의 소란이 여전한 가운데, 우 의원의 경선 상대였던 추미애 의원과의 악연이 다시 한번 주목된다.

추 의원 입장에선 국회의장 경선 탈락이란 예상치 않은 일격을 고리로, 이른바 ‘어게인 2017’이라 할 수 있는 악몽이 재연됐다.

앞선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 결과 추 의원의 탈락은 ‘대이변’으로까지 받아들여졌다. 4·10 총선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수식어로 점철되면서, 친명(친이재명)계의 대대적 22대 국회 입성을 끌어냈다. 여기에 힘입어 개원도 하기 전에 진행된 국회의장 경선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의중인 ‘명심’ 그리고 강성당원들의 ‘당심’을 모두 업은 추 의원의 의장 내정 또한 기정사실화되던 기류였다.

하지만 추 의원은 우 의원에게 ‘판정패’를 당했다.

추미애 의원은 1958년생으로 6선, 1957년생인 우원식 의원은 5선이다. 우 의원은 추 의원보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으나 선수는 적은데, 원내 1당의 ‘최다선 우선’이라는 국회의장 선출 관례가 깨진 이례적 결과였다.

추 의원의 패배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17년 민주당은 ‘추미애 당대표-우원식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였다. 추 의원은 과거 제1야당 대표로 시작해 집권여당의 대표를 지낸 ‘당 1역’이었는데, 자신보다는 당내 서열이 아래였던 우원식 의원에게 국가 의전 서열 2위이자 입법부 수장 자리를 내준 것이다.

더군다나 우 의원과 투톱 시절, 추 의원은 ‘머리자르기’ 등 강성 발언으로 정국 경색을 가져온 바 있다. 협치를 강조하며 고군분투해오던 우 의원과는 배치되는 행보였다. 당시 당청관계에선 ‘추미애 패싱론’이란 말까지 나왔기에, 추 의원으로서는 이번 패배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우 의원은 2017년 8월 22일 YTN라디오에서 ‘취임 100일을 맞은 원내대표의 심경’으로 “나로서는 정말 마늘과 쑥을 먹고 100일을 버틴 심정이었다. 참을 인(忍)을 수없이 마음에 새겼던 시간”이란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추미애 당대표한테 섭섭했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어떻게 풀었느냐’란 질문엔 “다 풀었다. 한때 국회가 파행되는 과정에 있었던 얘기”라면서 “그 이후에 있었던 과제들 함께 해나감으로 해서, 투톱 간의 불화나 이런 것은 최소화시키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 해나가고 있다”고 말해, 역설적으로 과거에 불화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남인순·민홍철 국회부의장 후보자와 우원식·추미애 국회의장 후보자,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5월 16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자총회에 참석해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관련 발언서 논란
국민의당 대대적 반발하며 국회 보이콧까지
추경 과정 변수되자 청와대 나서 ‘대리사과’
원내사령탑 우원식도 고군분투해 비교선상

2024년 5월 16일 국회의장 경선과 마찬가지로 앞서 2017년 7월 13일은 추 의원이 굴욕을 당한 날이었다.

‘머리자르기’ 발언 파문은 2017년 7월 6일 추 의원이 MBC라디오에 출연, 국민의당의 ‘문준용씨(문재인 대통령 아들) 의혹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자르기”라고 비판을 했던 데서 촉발됐다.


국민의당은 이에 반발해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해당 발언은 7월 임시국회 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와 관련한 논의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부상했다. 나아가 국민의당은 추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당일 예정됐던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만찬에 불참을 통보했다. 나아가 추 의원의 민주당 당대표직 사퇴, 정계은퇴까지 요구하는 등 정국은 급랭했다.

추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우 의원은 곧바로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추경 통과를 위한 캐스팅보터였던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이에 정부는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른바 ‘대리 사과’를 하면서 상황을 수습했다. 13일 임 실장이 박 위원장을 예방해 추경 심사 협조를 요청한 자리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우 의원은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야당과 청와대를 분주하게 오가며 물밑 작업을 했다. 정작 발언의 당사자인 추 의원은 자신을 패싱한 채 청와대가 대신 유감을 표명, 사과를 함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추 의원은 야당에도 당청 간 불협화음이란 공세의 명분을 내주며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의 추경예산안 심사 복귀를 위해 여당 원내사령탑인 우 의원, 그리고 청와대가 추 의원을 패싱하고 이뤄낸 합작의 결과란 평이 대세를 이뤘다.

추미애 의원은 대리 사과가 있었던 이튿날엔 제주도당에서 열린 공로당원 표창 수여식에 참여해 “내가 무슨 계산을 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며 그러겠느냐”고 항변했다. 자신의 패싱설과 함께 당·청 갈등 심화,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정략이었다는 비판들이 이어지는 데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여겨진다.

추 의원은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경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22일,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공교로운 시점이었지만, 불참 사유는 개인적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숍 전날 있었던 이성윤 민주당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는 “탈당하지 말라”면서도 “내가 세상 살아보니까 성질대로 다 안 되더라. 욱하는 마음도 있고 도저히 용서가 안 되기도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어 “그래서 ‘내가 한번 응징을 해줘야지’ ‘나 없이 한번 잘 살아봐’ 이런 마음이 불쑥불쑥 일어난다. 그런데 나도 이렇게 민주당에 남아있지 않느냐”라며 “그러니까 절대로 떠나지 말라”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장 경선 결과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결과에 실망해 탈당을 한 강성 당원들을 다독이는 발언이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2016년 10월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의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 통합 안건을 정식 의결, 법적으로 양당간의 통합이 마무리 됐다. ⓒ뉴시스

의장 탈락에도 강성 당원 업고 위상 이상無
법사위원장 유력 후보 하마평 오르기도
秋 탈락 반발 달래기용 ‘당원권 강화’에
정치 입문동기 김민석 전폭 지원도 계속

추 의원은 제1야당 대표로 시작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됐으며 그 기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던 19대 대선 등을 거쳤다.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압도적인 지지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추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 강화를 위한 ‘증폭제’로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앞서 추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사법피해자라 옹호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을 저격하면서 강성 친명으로 변신한 바 있다. 추 의원은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당원 사이에서 ‘추장군’으로 불리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추 의원은 대여 투쟁의 최전선인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돼왔다. 하지만 법사위원장 유력설과 달리, 추 의원 자신은 돌연 국방위원회행을 택하기도 했다.

추 의원의 탈락으로 당내에는 ‘당원권 강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는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 연임과 2027년 대권 가도를 위한 사전 작업이란 관측이 형성되는 중이다. 국회의장단 후보·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 의사를 20%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추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공개 지지한 바 있는 김민석 의원의 행보 또한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은 국회의장 경선을 앞두곤 “추미애 의장이 순리”라는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또 국회의장 경선 등에 당원 의견이 10% 이상 반영되는 룰의 운을 띄우며 “구석기 시대에서 신석기 시대로 넘어가는 변화의 반영”이라는 목소리까지 냈다.

추 의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번에 4선을 달성한 김민석 의원 역시 ‘DJ키즈’라 불리는 인물로 두 사람은 정치권 입문 동기이다. 김 의원은 추미애 대표 체제 때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기도 하다.

김 의원은 한때 386세대의 간판급 정치인이자 차세대 주자로도 분류됐다. 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정몽준 후보로 지지 노선을 변경했다가 역풍을 맞아 정치적 야인이 된 뒤 방황이 길어졌다. 이런 김 의원이 차렸던 원외민주당, 이른바 ‘마포민주당’을 추미애 대표 체제에서 흡수통합해주면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2017년 5월 국회에서 진행된 민주당 2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우원식(왼쪽) 의원이 우상호 전 원내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의장 교통정리’ 반발한 우상호 행보도 눈길
“입법부 수장 선출에 지도부 개입 지나쳐”
‘우원식’ 이전 추미애와 당내 투톱이었는데
당시에도 秋와 ‘투톱 갈등설’ 계속 제기돼

4선 중진 우상호 전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이른바 ’86세대’의 맏형으로 불리는 인물로, 이번 4·10 총선에는 불출마했다.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추미애 의원과 우원식 의원의 대결로 인위적 교통정리가 돼가는 민주당의 의장 경선 과정을 연일 꼬집어왔다.

우 전 원내대표는 “입법부 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이재명 지도부가 지나치게 개입을 했다”는 비판을 하는 한편, 의장 경선 이후로도 원내 경선에 당원투표 반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 발언을 이어가다가 강성 당원은 물론 양문석 의원 등에게 “맛이 갔다”는 원색적인 공격도 받았다.

조정식·정성호 등 중진 의원들이 잇달아 ‘자발적으로’ 후보를 이탈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자괴감 같은 게 들었다”는 발언까지 불사했다. 당 안팎에선 ‘의장 경선에서 재선 이상 의원들이 추미애 유력설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껏 투표를 한 것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원식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기 직전 민주당은 ‘추미애-우상호’ 투톱 체계였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다.

추 의원은 이번 국회의장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두 우(禹) 의원 모두를 자신의 당대표 시절 원내사령탑으로 만나 호흡을 맞췄다. 우원식 의원의 전임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전 원내대표 역시 추미애 의원과 ‘투톱 갈등설’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당시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몇 차례의 최고위원회에 불참하거나, 또 최고위에 참석하더라도 공개발언을 하지 않았던 바 있어 투톱 간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속해 흘러나왔다.

앞서 ‘추미애-우상호’ ‘추미애-우원식’ 투톱 체계 모두에서 당대표로서 원내대표와 융화하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모습을 계속 노출했던 것이, 결국 이번 국회의장 경선 과정에서도 악연으로 되돌아온 셈이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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