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태영호 전 국회의원]

북한이 띄운 오물풍선. JTBC뉴스 캡처
북한이 띄운 오물풍선. JTBC뉴스 캡처

6월 첫날에 북풍이 불기 시작한다는 소식에, 군은 물론 휴전선 접경 지대에 있는 주민들은 김정은이 오물풍선을 또 내려보내지 않을까 촉각을 세웠다. 역시나 오물풍선을 다시 내려보냈다.

이미 김여정이 북한의 오물풍선 작전을 북한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며, 한국이 북한 오물을  “계속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기 때문에 다들 김정은이 오물 풍선을 계속 내려 보낼것으로 믿고 있기는 했다.

2020년 김여정이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아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고 위협하고, 실제 폭파한 이후부터 남한에서는 김여정이 한마디 하면 꼭 실행되고는 한다는 인식이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2020년 김여정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위협 시 문재인 정부가 남한도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 대 강’으로 치고 나갔더라면 오히려 남북연락사무소 폭발을 막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김여정의 위협공갈이 나온 지 몇시간 만에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독재자의 선의에 기댄 정책은 결국 실패했다.

김정은의 쓰레기 풍선 작전이 시작된 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전략이 저질 작전이냐, 아니면 진일보한 작전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한국을 향해 대남 적화통일 전략, 통일전선 전략, 서울 불바다 전략, 핵무기 전략, 한국 사회 민주화를 통한 친북 정권 수립 전략, 남남갈등 유발 전략 등 상이한 명칭의 전략들을 펴왔다.

하지만 이렇게 쓰레기를 투척하는 전략을 세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들어다 보면, 이번 쓰레기 전략은 김일성, 김정일이 발명한 남남갈등 유발 전략의 연장이다.

김정은 당국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가 재개되자 이를 중단시키라고 여러 번 요구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로부터 중단, 저지를 위한 행정적 조치가 나오지 않자 고안해낸 것이 바로 ‘쓰레기 전략’이다. 오물, 쓰레기에 민감한 남한 주민들의 정서를 이용한 것이다. 

남한으로 오물 풍선을 내려 보내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탈북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중지시키라는 강한 민원을 제기할 것이고, 정부는 탈북 단체들에게 전단 살포를 자제하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쓰레기 작전에 윤석열 정부가 강경하게 나올 줄은 예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지난 5월 31일 윤석열 정부는 김정은의 몰상식한 도발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만일 쓰레기 도발을 계속하면 김정은이 ‘감내하기 힘든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부가 말하는 김정은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든지, 당국이 직접 나서서 대북 심리전단을 살포하는 등의 대북 심리전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사실 우리 정부가 대북 심리전을 공식 재개하면 김정은에게는 큰일이다.

지금 상황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와 매우 유사하다. 당시 김정은은 목함지뢰 사건이 남한이 꾸며낸 자작극이라면서 군사적으로 보복하겠다며 휴전선 일대의 포문을 다 열었다. 북한 전역에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해외에 있는 외교관들의 성년 자녀들까지 귀국하여 인민군에 입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치고 나가니 며칠 만에 꼬리를 내리고는 남북회담에 나왔고, 정세는 다시 평화모드로 돌아섰다.

남북 사이에 심리전이 공식 재개되면 김정은 정권의 존재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만일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김정은을 향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한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김정은이 오물 풍선을 또 보낸다면 끝까지 맞장 뜨자는 것이고, 북풍이 부는데도 오물 풍선을 보내지 않는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보고 꼬리를 슬며시 내리는 것이다.

지금이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쥘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윤석열 정부가 끝까지 강하게 나가 주기를 기대한다. 독재자와 상대할 때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시작부터 기를 꺾어 놓아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이것이 역사가 보여준 교훈이다.

오물풍선 알림문자.
오물풍선 알림문자.

#오물풍선, #쓰레기전략, #남남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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