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열린 첫 고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일제히 당정 간 일체감을 강조했다. 현안인 훈련병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낮은 자세를 취했고,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서는 전공의 및 의대생 등 의료계에 대한 강공 스탠스를 유지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당과 정부와 대통령실이 1인 3각 달리기하듯이 한 호흡으로 국내외의 난제들을 풀어나갈 것을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다짐한다”며 “지난달 윤석열 정부가 만 2년을 넘겼다. 반드시 우리가 성과를 국민에게 올려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집권 1년이 ‘비정상의 정상화’ 시간이었고, 집권 2년 ‘개혁 과제의 추동’ 시기였다면 집권 3년은 성과를 하나씩 국민께 체감시키는 시간”이라며 “이제부터 당과 정부는 단순한 정책 조율의 차원을 넘어 매사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합심 분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장은 다만 “서로 존중하고 경청하는 당정관계가 돼야 한다. 당은 정부와 대통령실에 민심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와 대통령실은 당의 의견이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라고 여기고 존중해 주셔야 한다”며 “건강한 당정 관계가 될 것을 거듭 약속하고 또 강조한다”고 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당정은 한 몸으로 국민을 위한 운명 공동체임을 다시금 확인하고 심기일전한다”며 “당 1호 법안, 국정과제 입법,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 이행 법안 등도 발의 속도를 높이고 신속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성 실장은 정국 상황에 대해 “22대 국회는 이전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파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만 바라보고 정도를 걷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야 합의를 토대로 도출된 법안과 정책은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는 법안’, 즉 야권이 일방 처리한 법안에 대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일을 상기시키는 언급이었다.

성 실장은 “최근 한일중 정상회담, 한-UAE 정상회담,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등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의 기반을 다져가고 큰 외교경제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면서 “협치와 소통을 기반으로 국민만 바라보며 민생을 돌보는 22대 국회를 기대하며 대통령실도 한뜻으로 동참하겠다”고 했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호 사회부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한덕수 국무총리, 황우여 비대위원장, 추경호 원내대표, 정점식 정책위의장,성일종 사무총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훈련병 사망사고, 엄중히 인식”…황우여 “가족께 사죄”, 한덕수 “깊은 위로”

당정은 현안 가운데 연이은 훈련병 사고에 대해서는 “사죄드린다”는 표현을 동원하는 등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황우여 위원장은 “최근 한 달 내에 병사의 고귀한 생명이 잇달아 발생한 군내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다”며 “마음을 모아 가족께 사죄드리며 깊은 조의를 표한다”고 했다.

황 위원장은 “군 장병들의 헌신으로 국민은 평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는데, 군대 자체가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면 되겠는가 짚어봐야겠다”며 “국민들이 ‘자신의 병사들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군이 어찌 국민의 생명인들 지킬 수 있겠느냐’고 질타하고 계신다. 군은 한 병사의 생명이 갖는 무게를 깊이 받아들여 자식같이 돌보아 신병 교육대 훈련 실태와 병영생활 여건 등을 철저히 점검하고 무엇보다 인권이 존중되는 복무환경 조성을 위한 특단의 대책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군 당국을 질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정부는 군 장병 훈련·생활 환경과 관련한 제도를 점검해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수립하는 등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이 발표한 고위당정 결과 브리핑에 포함된 ‘군 안전사고 재발방지 대책’에는 “당정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훈련병 사망사고를 엄중히 인식하고, 유족과 국민들이 한치의 의구심도 없도록 면밀히 조사한 후 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자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정은 “수류탄 사고와 관련해서 현장조사 등을 통해 사고경위를 확인해 조사결과에 따라 순직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며 “군기훈련 사망과 관련해 군은 경찰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군기훈련 규정 표준 가이드안’을 즉시 배포하고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신 병영문화 혁신 가이드북’을 제작해 6월중 전군에 배포하고 간부 계급부터 숙지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모든 신병교육대의 훈련 실태와 병영생활여건을 긴급점검해 개선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신병교육대 교관을 대상으로한 ‘특별 인권교육'(1박2일) 뿐 아니라 각 신교대별 전 장병을 대상으로한 자체 인권교육도 빠른 시일 내 완료하고, 군 응급후송체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대안을 긴급히 수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정부·여당은 발표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동맹휴학 정당한 사유 없어…현장 복귀·미복귀 전공의에 차등조치 필요”

의대 정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서는 반면 강경한 대응이 예고됐다. 당정은 “의과대학 학생들의 지속적인 집단행동으로 인해 대학 현장의 혼란과 우려가 큰 만큼 학생들이 학업에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동맹휴학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헀다.

당정은 또 “의료개혁 추진을 현재 전공의 공백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며 “앞으로 진료현장에 복귀하는 전공의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조치에 분명한 차등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최대한 많은 전공의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복귀한 경우에는 수련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정은 “비상진료체계가 100일 이상 장기화되면서 현장의 의료진들이 지쳐가고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피해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비상진료체계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며 “현장에서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를 위해 간호사법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尹 거부권 행사하더니…당정 “전세사기 특별법, 22대 국회 최우선 입법과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폐기된 것과 관련, 당정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정부는 현행 매입임대 프로세스를 활용해 LH 등이 경매에 적극 참여하여 낙찰받고, 피해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원하는 만큼 저렴하게 장기 거주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했다.

당정은 “사각지대인 위반건축물, 다가구주택, 신탁사기 피해자들도 적극 구제할 수 있는 정부안에 대해 피해자들이 소상히 알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날 고위당정에서 전세사기특별법 관련 논의가 나온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당정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해서도 여러 문제의식을 공유했다”며 “주택도시기금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을 직접 보전하는 방안은 공공과 피해자 간 채권 매입 가격을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다른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야당안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안정이 민생 회복과 직결된 만큼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22대 국회 최우선 입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당정은 관계 전문가, 피해자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안을 마련하여 최우선으로 입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나흘 만이다.

당정은 아울러 “전세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국지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서민 주거비 부담이 확대되지 않도록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장바구니 물가 대책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나 일부 농산물 가격이 높아 여전히 체감물가가 부담되는 수준이며, 이상기후, 국제에너지 가격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물가 안정 노력을 배가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당에서는 국민 체감도 높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6월로 종료될 예정인 신선과일 등 과일류와 주요 식품원료에 대한 관세 인하를 하반기까지 연장할 것을 요청하였으며 정부도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수석대변인은 “당은 다가오는 여름철에 집중호우와 폭염 등 기상 악화로 고랭지 배추‧무 등 채소류와 복숭아‧수박 등 과일류의 수급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배추‧무는 각각 1만 톤, 5000톤 이상 비축을 추진하고 배추 예비묘 200만주 이상을 확보하는 한편, 농식품부‧농진청‧농협 등 유관기관이 협력해 선제적으로 여름철 농산물 생육 관리를 강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건의사항을 전했다.

이날 고위당정에서 종부세·상속세 등 세제 개편 논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수석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종부세·상속세 관련 문제에 대해 오늘 당정에서는 구체적 논의가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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