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팎에서 한국 국채가 올해 하반기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WGBI를 관리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제시한 요건을 대부분 갖췄기 때문이다.

FTSE 러셀은 통상적으로 매년 3월·9월에 WGBI 편입 국채를 발표한다. WGBI에 한국 국채가 편입될 경우 해외 펀드매니저들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에 한국 국채를 포함하게 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오는 9월 WGBI 편입을 위해 막바지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제도 개선의 일환인 ‘새벽 2시까지 국내 외환시장 거래 연장’ 모의 운영을 지난 2~5월 8번에 걸쳐 실시했다. 6월에는 총 4차례에 걸쳐 마지막 준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한국 국채는 지난 3월 WGBI 편입에 실패했다. WGBI 편입을 위한 조건 중 국채 발행잔액과 신용등급 등 정량적 조건은 충족했으나 외국인 접근성 면에서 일부 제한 상태(레벨1)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WGBI에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국가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7개국 국채도 포함돼 있다. 중국은 2019년 WGBI 편입 후보인 ‘관찰대상국’에 올라 2년 만인 2021년 3월 WGBI 편입이 확정됐다. 우리나라는 2022년 9월 관찰대상국 지위를 얻었다.

FTSE 러셀은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으로 우리나라에 ▲외국인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 시행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IRC) 폐지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을 제시했다.

한국 정부는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이 한국 국채 거래를 통해 얻는 이자·양도소득세에 대한 비과세를 시행하고 외국인투자자 등록제(IRC)를 폐지해 사전심사 없이도 장외거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한국예탁결제원은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국채통합계좌 시스템을 오는 27일부터 열기로 했다. 국채통합계좌는 ICSD가 상대국에 개설하는 계좌로,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예탁원이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과 협력해 개설되는 이 계좌를 이용해 간편하게 한국 국채를 사고팔 수 있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한국이 그간 WGBI 조기 편입 실패 요인으로 지적됐던 ‘외국인 접근성’ 부분을 해소하면서 올해 하반기 WGBI 편입 기대감은 높아진 상태다.

남은건 외국인 투자자들의 정성적 평가다. 오는 7월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이 시행된 이후 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야 WGBI 편입이 최종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WGBI 편입을 평가할 때 위원회가 투자자 평가 조사를 하고, 우리나라 외환시장 구조개선에 꾸준히 의견을 주고 있다”며 “정량적 조건을 다 갖춘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에 진입한 국내 비거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와 원화 결제를 문제없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9월 WGBI 지수 편입에 성공할 경우, 내년 4월부터 추종 자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만약 하반기 편입이 된다면 외국인 자금 유입은 올해 말부터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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