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향후 4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29년간 쓸 수 있는 가스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1990년대 이후 첫 석유·가스전 발견 소식은, 에너지 소비·수입량이 막대한 우리나라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충분한 양이 매장돼 있다는 것이 확인돼도 2030년대 들어서야 실제 생산이 이뤄지겠지만, 만약 현실화한다면 에너지 자급률 상승과 수입 대체 효과 등이 기대된다.

3일 국가통계포털(KOSIS)·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2년 석유 소비량은 1억2370만톤(t), 가스 소비량은 5268만t으로 집계됐다. 이런 국내 연간 석유·가스 소비량은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 소비 규모는 세계 8위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 바다에 140억 배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발표를 한 3일 경북  포항신항에서 출항한 대형 화물선이 영일만을 항해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 바다에 140억 배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발표를 한 3일 경북 포항신항에서 출항한 대형 화물선이 영일만을 항해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이날 발표한 석유·가스전의 예상 자원량은 최대 140억배럴(bbl)이다. 석유는 최소 7억8000만~최대 42억2000만배럴(석유 약 8bbl=1t·약 1억~5.27억5t), 가스는 최소 3억2000~최대 12억9000t의 부존(賦存)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추후 에너지믹스에 따라 매년 소비량은 달라지겠지만, 재작년 연간 소비량대로 단순히 계산하면 석유는 1~4년, 가스는 6~25년 쓸 수 있는 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저희가 과다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스럽긴 하다”면서도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배럴인데, 이를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라고 말했다.

석유·가스 생산이 현실화한다면 우리나라 수출입 지형에도 작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막대한 소비량에 비해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원전·재생에너지뿐이라,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해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은 6427억달러였는데, 이 중 에너지 수입이 1475억달러였다. 약 4분의1 수준이다.

이런 탓에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가격 등락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대표적으로 2022년엔 연 477억8000만달러 무역 적자를 기록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입액 급증이 주요인이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3년엔 99억700만달러 적자로 마이너스 폭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에너지 가격 안정화로 원유·가스·석탄 수입이 감소한 덕을 톡톡히 봤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백브리핑을 통해 “부존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구체적 비용 등을 고려해 추후 수입 대체 효과를 산출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기대 수익은 1조4000억달러(한화 193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입 대체 효과에 더해 판매에 따른 국내 수익이 함께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어느 정도는 국내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해외에 판매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석유공사의 수입과 정부 재정 수입으로 환원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국정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유망구조 도출지역 지도. /뉴스1

다만 기대처럼 실제 수익과 수입 대체 효과가 가시화하려면, 족히 7~1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2035년에 이르러야 실제 석유·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시추와 정확한 부존량 파악·분석, 경제성 평가, 개발 계획 수립, 재정 지원, 민간 투자 유치, 생산시설 설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개발 성공률은 20% 정도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석유·가스 개발 사업 분야의 성공률 치곤 높은 편이지만, 구체적인 탐사 시추 결과를 받아 들기 전까진 과도한 기대는 자제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앞서 산업부는 이날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동쪽으로 38~100㎞ 해상, 해저 1000m의 동해 심해 유망구조에서 최소 35억~최대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부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깜짝’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고, 내년 상반기 구체적인 부존 여부와 부존량 파악 결과를 내놓을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4500만배럴 규모의 가스전을 최초 발견해 3년 전인 2021년까지 상업 생산을 마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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