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항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대규모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힌 가운데, 석유·가스 시추 작업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정부와 가스공사 재원 외에 해외 기업 유치로 투자비용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심해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만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앞서 2021년 상업 생산을 마친 동해 가스전의 경우 시추 작업을 할 때마다 200억~300억원의 돈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한 번 심해 시추 작업을 하는데 1000억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990년대 발견했던 동해 가스전이 수심 100~150m가량의 얕은 해안인 ‘천해’에서 시추 작업을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수심 1000m 이상인 깊은 해안인 ‘심해’에서 시추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해가스전./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한국석유공사

정부는 포항 영일만에서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석유·가스 시추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올해 말부터 2026년까지 지속적으로 시추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최소 5번 이상 시추 작업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개발했던 동해가스전의 경우에도 10번의 시추 실패 이후 11번 만에 시추에 성공했다. 최소 금액을 200억원으로 산정했을 때, 2000억원 이상이 들어간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 2021년 상업 생산을 완료한 동해 가스전의 경우 투자 및 용역비용 등을 포함해 총 3억7000만달러(약5100억원)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당시 동해 가스전의 매장량은 4500만배럴로 비교적 소규모였지만, 매출 2조6000억원 및 순이익 1조4000억원을 달성했다.

이번 포항 앞바다 가스전의 경우 심해에서 시추해야 해 1회당 시추 비용이 지난번보다 4~5배 정도 더 늘었는데, 이는 수심이 깊어진 만큼 들어가는 시설·원부자재·관리 비용 등이 늘어나서다. 이번에도 시추를 10차례 이상 단행할 경우 최소 1조원 이상의 재원이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번 포항앞바다 시추와 관련 ‘신중’·’효율’·’효과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이번에 심해 시추공을 한 번 뚫는데 1000억원 정도 드는 만큼 10번 이상 시도할 여력이 없다”며 “단번에 성공하긴 어렵겠지만 효율적·효과적으로 빠른 시일 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석유공사가 배정받은 석유·가스 등 시추를 위한 유전개발출자사업 예산은 39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 재원과 공사 출자 비용이 절반씩 들어간 수치다. 다만, 올해 말부터 대규모 가스전 시추 작업에 들어가는 만큼 내년도 관련 예산은 산업부와 협의를 통해 확정 짓는다는 입장이다.

반잠수식 석유시추선./조선DB
반잠수식 석유시추선./조선DB

정부는 정부 재정과 공사 수익금 외에도 향후 해외 메이저(주요) 회사들의 투자를 받아 시추 작업 및 개발비를 충당한다는 계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도 석유·가스 시추를 위한 총예산 집행액은 아직 안 정해졌으나, 내년도 예산안에 정부와 공사가 재정을 절반씩 감당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면서 해외 민간 기업의 지분 참여형 투자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 관계자는 “가스전 지분 매수에 관심을 보이는 해외 메이저 기업에게 지분을 일부 떼어주는 대신 투자 비용을 선(先) 지급받아 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해외 민간기업이 30%의 지분을 원한다면 협의를 통해 지분을 넘겨주고, 지분에 해당하는 투자비용을 먼저 받는 식이다. 이후 나머지 70%의 지분에 대해서만 정부와 공사가 재정을 절반씩 부담하게 된다.

다만 산업부와 공사 측은 포항 가스전 관련 지분 매각 등을 논의 중인 해외 기업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을 투입해 시추공을 뚫는다고 100%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산업부는 시추 성공률이 20%가량이라고 말했다. 이를 환산하면 시추공을 5번 뚫었을 때 한 번 정도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말 탐사 시추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2035년 석유·가스 상업 생산 가동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10년이 소요되며, 생산기간은 약 30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아직 탐사가 실시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평가를 통하여 추가 유망구조를 도출할 예정이며, 심해 자원개발에 대규모 투자와 기술력이 요구되는 점을 고려해 해외 메이저 자원개발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