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최근 정부가 포항 앞바다 석유 시추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채산성이 파악되지 않았고, 정제·판매 위주의 다운스트림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 특성상 경제적 효과와 협업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국석유공사 동해 가스 생산시설. [사진=한국석유공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정브리핑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에너지원이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부터 탐사 시추를 개시해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확인할 예정이며, 첫 시추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정유사를 포함한 국내 에너지 업계는 특별한 ‘호재도 악재도 아니’라고 표명했다. 실제 업계와 공유되고 있는 정보는 한정적일뿐더러, 상업화가 이뤄지기까지 최소 10년에서 20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실제 매장이 확인되면 2027~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상업적인 개발은 2035년쯤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산업부가 예측한 시추 성공률은 20%로, 최소 5번 이상 시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시추 작업은 한번 당 약 3개월, 1000억원 정도 소요된다.

아울러 현 단계에서 경제적 효과나 다른 부가가치는 측정 불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극초기 단계로 실질적인 시뮬레이션은 물론 경제성 파악도 되지 않은 단계”라며 “채산성의 경우에도 지반 상태, 기술력 등에 따라 소요 기간이 다른데, 관련한 구체적인 파악이 전혀 안돼있다”라고 말했다.

경제적 효과 뿐 아니라 이번 석유 매장량을 추정한 미국 지질탐사 컨설팅사 액트지오(Act-Geo)에 대해서도 업계에 알려진 바가 없어 확인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설립된 액트지오사는 평가 경험이 풍부한 메이저사 출신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심해 평가 전문 기관이다.

동해 심층 석유가스전 개념도. [사진=대통령실]

국내 에너지 기업은 본격적인 개발 단계 전까지 수혜를 입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고도의 시추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정부는 해외 메이저 자원 개발 기업 중심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추 탐사는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글로벌 해양 시추업체 ‘시드릴(Seadrill)’이 진행한다. 시추선은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8년 건조한 ‘웨스트 카펠라(West Capella)’가 투입된다.

현재 국내 정유사 중 정제 외의 업스트림(탐사·시추·개발·생산)을 진행하는 것은 SK이노베이션뿐이다. 이외에는 종합상사 포스코인터내셔널 등도 시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어스온은 작년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원유를 발굴·생산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탐사 시추를 진행 중이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시추 프로젝트에 대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자원개발이라고 마냥 허황된 소리로 치부할 것만도 아니며 올해 하반기부터 있을 시추공 작업 등 진행 과정을 지켜볼 일”이라면서도 “장기적 관점이 요구되는 유전개발 특성상 과도한 단기 주가 급등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발표 직후 석유·가스 관련 주는 급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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