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만 일대 개발 기대감에 급등했던 관련주 일제히 하락

불확실성 증대에 투심 위축…변동성 확대 속 투기성 매매 우려

석유 시추선.(자료 사진)ⓒ한국석유공사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심해에 매장된 석유·가스 개발 기대감으로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가 하락하는 등 주가가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불확실성 증대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테마주 양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와 대성에너지 등 석유·가스 관련주들은 지난주 주가가 급등락하며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였다.

정부가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일만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발표하면서 급등세를 보였지만 이후 시추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와 분석에 대한 의문 제기로 다시 급락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부 발표가 이뤄진 지난 3일 주가가 29.87%(2만9800→3만8700원)나 오른 뒤 4일과 5일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4만원선까지 돌파(5일 종가 4만3700원)했다.

종가 기준 주가가 4만원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2년 9월 이후 2년여만으로 앞서 4일에는 장중 주가가 4만93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7일에는 12.59%(5500원) 하락한 3만82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뜨거웠던 열기가 다소 식었다.

대성에너지도 지난 3일 주가가 29.91%(2530원)나 급등한 뒤 다음날인 4일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8000원대(5월31일 종가 8460원)였던 주가는 1만2000원대(4일 종가 1만2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이틀 연속 하락하며 상승분을 반납하며 이제는 1만원선(7일 종가 1만440원)도 위태로워졌다.

이러한 흐름은 흥구석유와 중앙에너비스도 마찬가지였다. 흥구석유는 3일 상한가에 이어 4일 상승으로 주가가 2만원선(4일 종가 1만9240원)을 넘봤지만 이후 이틀 연속 하락하며 1만6170원에 한 주를 마쳤다. 지난 3일 29.51%(1만9110→2만4750원)나 급등했던 중앙에너비스도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만1600원까지 떨어졌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 시추 개발 기대감에 급등했던 이들 종목들의 주가가 며칠 만에 하락한 것은 불확실성에 대한 냉정한 시각이 작용했다. 시추 진행 전까지는 매장량을 알 수 없고 탐사 비용과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매장 가능성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라는 기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도 한 몫으로 작용했다. 액트지오는 앞서 동해 심해 광구 평가·분석을 통해 동해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15명 안팎에 불과한 회사 직원 수와 함께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본사의 주소가 아브레우 고문의 자택 주소와 일치하면서 전문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액트지오 설립자이자 소유자인 아브레우 고문은 지난 7일 국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분석한 모든 유정이 석유와 가스의 존재를 암시하는 모든 제반 요소를 갖췄고 프로젝트의 유망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주소지가 저의 자택이 맞다”면서도 “저희 팀은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업무를 보고 있고 직원 수는 소수이지만 전 세계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라도 한 명은 업무를 항상 보고 있고 업무 효율성이 더 높다”고 해명했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향후 동해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따라 주가 모멘텀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단기간 내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면서 나타난 주가 급등락 흐름이 앞으로도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석유·가스가 하나의 테마를 형성하면서 관련주가 아님에도 속성보다 종목명만 보고 투자가 이뤄지는 ‘묻지마 투자’가 이뤄지면서 투기성 매매가 이뤄질 수 있는 우려도 여전하다.

실제 한국석유는 정부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 이후 지난 3일과 4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이틀만에 68.71%(1만3810→2만3300원)나 올랐지만 지난 7일에는 14.72%(2만3300→1만9870원) 하락하며 다시 2만원선을 반납했다.

종목명에 ‘석유’가 들어가면서 석유·가스 관련주들과 같은 주가 양상을 보였지만 한국석유는 아스팔트 등 석유공업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석유·가스 채굴과는 관련이 없는 종목이다.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국석유공사와도 관련이 전혀 없는 기업이다. 유사한 이름 때문에 투심이 작용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테마주로 변질 되지 않으려면 과도한 주가 변동성이 완화돼야 한다면서 투기성 매매를 자제하면서 옥석가리기를 통한 신중한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항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은 지질학적으로 타당하지만 석유 부존 여부 및 부존량 확인, 채굴 경제성 평가 등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단발적 이슈로 끝나기보다 단기적으로 뉴스 플로우가 이어져 모멘텀이 확장될 수 있는 만큼 옥석가리기 통한 트레이딩 관점 접근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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