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젠 사법부까지 겁박하나

국가 3권 움켜쥐려는 무모한 욕심

대통령이라도 당선무효 될 수 있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왼쪽·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데일리안 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라는 것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7일 수원지법에서 징역 9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자 관련 혐의에 대한 사법적 징벌의 다음 타깃으로 이 대표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이 대표를 대북송금 의혹의 ‘공범’으로 적시한 만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순서다.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 초대 평화부지사다. 당시의 이 경기지사는 연정(聯政)부지사직을 없애고 평화부지사직을 신설했다. 남북 평화 기반 조성·협력을 경기도 중심으로 끌고 가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그랬던 이 전 지사(지금의 민주당 대표)가 이 전 평화부지사의 대북 불법 송금 관련 혐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온 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개딸들과 민주당 내 ‘묻지마’ 추종 의원들 외에 몇 명이 더 있을 수 있을까?

민주당 이젠 사법부까지 겁박하나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사업 추진과정을 몰랐고,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자기 목적을 위해 800만 달러를 불법적으로 북측에 송금했다고 우겼다. 쌍방울 측은 경기도가 약속한 스마트팜(지능형 농장) 비용으로 500만 달러,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 측은 ‘이화영’보다 ‘이재명’ 구하기에 안간힘을 쓰는 기이한 장면들을 노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경기도의 대북사업과 불법송금을 이 전 부지사가 이 전 지사와 함께 주도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대표(전 지사)는 아직도 이 판결에 대해 말이 없다. 아무리 남다른 말재간을 가졌다고 해도 이 전 부지사가 유죄인 한 그가 무관(無關)함을 주장할 여지는 손톱만큼도 없다. 민주당이 1심 선고 일을 나흘 앞두고 ‘대북 송금 관련 검찰 조작 특검법’을 발의한 게 그 때문이다.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해서 ‘이재명-이화영’이 아닌 ‘검찰 수사팀’의 사건 조작 사실을 밝혀내겠다는 협박이었다. 나아가 재판부에 대해서도 ‘알아서 처신하라’라는 겁박 메시지가 될 터였다. 22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의원 171명이 발의한 법안이라는 게 ‘당 대표 방탄법’이라니! 부끄러움을 모르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들의 본성은 무엇이라고 해야 하나?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이 선고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합창하듯 판사를 공격하고 나섰다. 판사 출신의 김승원 의원(법사위 간사)은 8일 페이스북에 “이런 재판은 30년 법조 생활하는 동안 듣도 보도 못했다.……사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방증하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9일 밤 페이스북 글에서 “심판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경태 의원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판부를 비판하면서 “사법부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자정능력을 기다리겠다”라고 압박했다. 종전엔 검찰만 공격해대던 민주당이 이제 그 범위를 사법부로까지 확대하기로 한 모양새다.

민주당의 힘 자랑에는 끝이 없다. 박 원내대표는 11일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는 전혀 다른 국회가 될 것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일도 마찬가지다”라고 기염을 토했다. 정말 그런 신조를 지니고 있다면 ‘지연된 재판’에 대해서 먼저 개탄해야 옳지 않은가? 이 당의 이 대표는 ‘몽골기병’의 속도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을러댔다. 하필이면 잔혹무비한 학살과 파괴로 영토를 넓혀간 ‘몽골기병’을 우리 정치 현실에 소환하다니! 자신의 심성이 표출된 비유인가, 아니면 홧김에 내지르는 협박인가?

국가 3권 움켜쥐려는 무모한 욕심

정말 알 수 없는 것은 7개 사건, 10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고수하면서 당의 차기 대선 후보 지위를 미리 굳히겠다고 기를 쓰는 심리다. 이에 대해서는 김승원 의원이 대답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법조생활 30년’이 아니라 태어나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런 정치리더 듣고 본 바가 있는지 궁금하다. 정치검찰(민주당 식 표현으로)에 의해 기소만 되었을 뿐 1심 판결이라도 난 경우는 없는데 뭐가 문제이냐고 따질 것인가? 그래서 이화영 재판 불똥이 이 대표에게 튈까 봐 그렇게 오두방정을 떠는가?

당의 민주적 전통을 자랑한다는 민주당의 역사에 당헌·당규를 바꿔가면서까지 특정인에게 당 장악권을 보장하고 당 대선후보 자리를 오직 그를 위해 준비한 예가 있었는가? 민주당 의원들이 간혹 ‘의원 개개인이 헌법 기관’이라고 큰소리를 치던데, 이 대표 문제와 관련해서는 집단의 소리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 까닭이 뭔가? 몇몇만이 외롭게 ‘헌법기관’으로서의 체통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오히려 딱해 보이는 것은 어쩐 일인가?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워 입법을 전횡하는 것은 물론, 정부에 대해서 무차별적 입법 포격을 가하는가 하면 앞으로 청문회, 국회 국정조사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휘둘러가며 정부를 무력화시키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에 더해 이제는 사법부까지 위협한다. 특정 판사가 못마땅하다고 탄핵소추를 강행하더니(창피하게 검사탄핵과 마찬가지로 기각당했다), 이제는 사법제도 개혁, 판사 선출제를 들먹이고 있다. 3권분립의 바탕 위에 존립하고 있는 의회(의회 그 자체가 아니라 다수 정당)가 3권을 아우르려는 이런 무모한 기도를 민주당의 원로라는 사람들은 일찍이 경험한 바가 있는가? 입법권이 중요한 만큼 행정권 사법권도 중요하다. 상호 견제와 균형의 관계일 뿐 어느 쪽도 지배적 지위를 점할 수 없다는 게 권력분립 제도의 원리이자 의의다. 민주당의 안하무인 격 위력과시와 행사는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가?


이 대표가 만에 하나라도(결코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형사 피고인 상태로 대통령이 될 경우에 대한 헌법 제84조 해석 논쟁이 정치권을 벗어나 학계에까지 번지고 있는 것도 기이한 현상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대통령이라도 당선무효 될 수 있다

이 조문이 형사 소추(공소 제기)만의 면제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개시된 재판까지도 임기 중엔 중단되어야 한다는 뜻인지 법률가, 학자들 간에 견해가 갈리고 있다는 언론 보도다. 민주당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지금처럼 늘어지기만 한다면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나기 어려울 수 있다. 혹시라도 그가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온갖 혐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임기를 채우게 할 것이냐가 쟁점이다.

법률가나 학자의 판단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상식적 판단이다. 법이 국민의 상식을 벗어나면 만인을 규율할 수 있는 법일 수가 없다. 상식으로 말하자면 ‘소추를 받지 않는다’라는 것은 대통령 재임 중 저지르거나 확인된 범죄 혐의로는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헌법을 제정한 사람들이 용어의 뜻을 모르고 포괄적 용어로서의 ‘소추’를 쓰진 않았을 것이다. 헌법도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용어의 명확성을 요구한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표현에서도 그 대상이 재임 중에 발생한 ‘기소 요인’임을 유추할 수 있다. △‘소추’뿐만 아니라 ‘재판’과 ‘판결’까지도 포함하는 의미라면 ‘형사 처벌 면제’ 혹은 ‘형사 불처벌’이라고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통령을 형사법정에 세우는 건 아니라는데 이 제도의 목적이 있다고도 하는데 이는 군주적 특권을 대통령에게 적용하자는 것으로 민주주의 원리와 맞지 않는다. △공직선거법 제192조(피선거권상실로 인한 당선무효 등)는 대통령이라도 당선무효가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법 앞의 평등’을 부인하는 논리다. 지금의 국민은 권력자의 사법적 특권을 용인하지 않는다.

민주당 이 대표를 염두에 둔 헌법 84조 논쟁은 상식의 재확인이라는 것 외엔 특별한 의미가 있을 수 없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를 겨냥, ‘주의 환기용’으로 한 말인 것 같은데 불필요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만약 지금 받는 재판에서, 그리고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 ‘공범’으로서의 재판(검찰이 기소할 경우. 당연히 그렇게 되겠지만)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선거법 위반은 벌금 100만원) 당선되더라도 그 직을 내놔야 한다. 현직 대통령을 임기 1년도 채 안 남은 시점에 탄핵으로 몰아낸 경험이 있는 민주당이나 그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특권’에 군침 흘릴 일은 아니지 않나?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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