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만명 늘어나는 데 그친 ‘5월 고용 성적표’를 두고 정부와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고용 쇼크’라고까지 표현하며 이것이 내수 ‘부진’의 장기화 리스크를 시사한다고 바라봤다. 반면 정부는 공휴일이 낀 특수성 탓에 주춤한 것일 뿐, 오히려 내수 ‘개선’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8만명 늘어 2021년 2월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소 폭’으로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보면 2019년 1월(2만명 증가) 이후 최저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결과를 두고 경제활동 인구 조사를 시행하는 기간에 공휴일(5월 15일 석가탄신일)이 포함된 데 따른 ‘일시적 둔화’라고 설명했다. 해당 조사는 매달 15일이 포함된 일주일간 실시한다. 그런데 휴일이 ‘3일 이상’인 경우에만 조사 대상 기간을 바꾸고, 이번처럼 하루인 경우는 그대로 실시해 근로일수가 줄어든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휴일 영향으로 평균 취업 시간이 4.2시간 감소했다”며 “단시간 근로자 일부가 미취업자로 일시적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특히 유사하게 휴일이 포함됐던 ▲2013년 2월 ▲2013년 5월 ▲2016년 4월 ▲2020년 4월 ▲2021년 8월 ▲2022년 9월 등 과거 6차례 사례를 확인해 본 결과, 2022년 9월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내 다음 달부터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경제활동 인구 조사 주간 휴일이 포함됐던 과거 6차례의 취업자 수 추이. 대부분 일시에 감소한 이후 그 다음 달 반등하는 흐름을 보인다. /기획재정부 제공
경제활동 인구 조사 주간 휴일이 포함됐던 과거 6차례의 취업자 수 추이. 대부분 일시에 감소한 이후 그 다음 달 반등하는 흐름을 보인다. /기획재정부 제공

◇ “자영업·청년 고용 악화… 내수 침체 따른 ‘고용 쇼크’”

일각에선 단순히 일시적 요인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비임금근로자 수가 수개월째 감소일로인 점을 들어서다. ‘자영업자’로 대변되는 비임금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8000명 줄었다. 올해 1월 ‘반짝’ 4000명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 지난해 9월부터 연속해서 감소세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대거 포진된 업종인 도·소매업에서의 취업자 수 감소세도 날로 강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 대비 7만3000명 줄어들었다. 지난해 2월(7만6000명 감소) 이후 최대 감소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보합’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다가, 3월부터 다시 줄고 있다.

청년층이 아닌 60세 이상의 고령층 취업자 수가 전체 취업자 수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요소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 대비 26만5000명 늘어, 전체 연령층에서 증가 폭이 압도적으로 컸다. 반면 청년층 고용률은 0.7%포인트(p) 하락했고, 실업률은 0.9%p 상승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고용 쇼크, 예사롭지 않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국내 5월 고용 지표는 쇼크를 기록하면서 고용시장 부진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며 “내수 경기 및 건설업 침체 등의 여파가 지속적으로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내수 경기 부진이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이 덜컹거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철거 관련 스티커가 벽에 붙어있다. /뉴스1
지난 3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철거 관련 스티커가 벽에 붙어있다. /뉴스1

◇ 정부 “휴일 영향 커… 숙박·음식업 회복, 내수 개선 효과”

정부는 도·소매업 취업자 수 감소에 대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부터 이어온 ‘구조적 요인’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시각이다. 비임금근로자의 감소세를 두고도 반박했다. 비임금근로자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보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소폭 늘어난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 종사자’의 감소세가 컸는데 이 역시 휴일 영향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내수 개선의 영향이 고용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정부는 진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수 영향을 가장 밀접하게 받는 것이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인데, 숙박·음식점업에서의 취업자 수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도·소매업보다 숙박·음식점업 추이를 더 집중해서 보면 내수 개선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개최한 일자리 전담반(TF) 회의를 통해 “5월 15~64세 고용률이 처음으로 70%를 기록했다”며 “6월 일평균 수출액·카드 승인액·해외여행객 입국자 수 등 내수 지표들도 개선세를 보여 향후 고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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