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최태원-노소영 이혼’ 2심 재판부가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 근거로 채택한 ‘비자금 300억원의 김옥숙 메모’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 증거능력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의 증거로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작성한 메모와 약속 어음 6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대해 최 회장측은 구체적인 물증이 없는 증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법조계 일각에서 이례적인 판결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따라 일반적으로 3심(상고심)에서는 2심 판결의 법리적 문제만을 살피지만, 증거의 논리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채증법칙 위반’이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사진=뉴시스]

◇’자필 메모’ 증거 채택 사례 적어…”이례적 판결”

판결에 따르면 김 여사는 ‘선경 300억’이라는 글자가 적힌 봉투에 1998년 4월, 1999년 2월 작성된 메모 두 장, 액면가 50억원인 어음 6장을 넣어 놨다. 이를 ‘쌍용 200’이라는 문구가 적힌 봉투와 함께 ‘채권 500억 – 쌍용, 선경’이라는 큰 봉투에 넣어 보관했다. 노 관장 측은 이를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의 비자금을 지원한 증거라고 주장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추심 소송 당시 밝혀진 비자금 내역과 두 메모에 적힌 비자금 총합계액이 불과 1억 원가량 차이가 난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활동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론했으나,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은 이미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SK로부터 활동비를 지원받을 필요가 없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는 입출금 거래 내역 등 현금 흐름에 대한 물증 없이 메모와 약속어음을 핵심 증거라고 판단한 2심 판결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조수영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자필 메모는 보통 중요하게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사건은 알려진 사실이다 보니 판결에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말했다.

◇상고심 가는 이혼소송…판결 허점 노리는 SK

최 회장은 2심 판결 직후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 3심에서는 원심의 판결이 적법한지 여부만 따지지만, 증거 채택 자체를 위법으로 보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가게 될 경우 증거능력을 상쇄해 원심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곽영래 기자]

최 회장 측은 상고심에서도 2심과 마찬가지로 비자금 300억원 유입을 부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재판부가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한 계열사 대한텔레콤(SK텔레콤)과 태평양증권(SK증권)에 관한 쟁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비자금을 일부 사용해 대한텔레콤의 지분 70%를 매입했다고 판단하면서 SK㈜ 주식도 재산 분할에 포함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최 선대 회장이 증여한 2억8000만원을 활용했다고 맞서면서 증여세를 납부한 이력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제 증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주식 취득 자금이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또 다른 핵심 근거인 태평양증권 인수 역시 시기가 맞지 않으면서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출된 어음의 발행일은 1992년 12월인 반면, 선경그룹(현 SK그룹)이 태평양 증권을 인수한 것은 1991년 12월이다. 2심 판결에 따르면 사전에 300억원이 전달돼 인수 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확인된 사실관계가 없어, 이와 관련해서도 공방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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