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참석 의원들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병화 기자

제22대 국회가 시작부터 여야의 극한대치로 ‘출구가 없는 공멸(共滅)’로 치닫는 모양새다. 171석의 거대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개원·11개 상임위원장 독식에 이어 ‘채상병특검법’ 등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각종 특검법안을 밀어붙이면서 22대 국회가 ‘특검 블랙홀’에 빠져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상임위 전면 거부(보이콧)와 단독 처리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고 있지만, 거대 야당에 맞설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민주당은 12일 첫 법사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채상병특검법’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뿐 아니라 21대 국회 때 폐기됐던 이른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김지호 의원이 12일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민주당은 13일에는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법안을 의결한다. 전국민 지원금 지급 법안, 코로나19 대출금 장기상환 법안 등 ‘이재명표’ 법안들이 의결될 전망이다. 또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사전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 ‘법 우회로’를 차단하는 국회법 개정도 추진하는 등 입법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독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에서 “독소조항이 가득 찬 특검법,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방송장악 3법, 의회 독재 기도 국회법 등 최근 민주당이 제출한 입법을 보면 지금 민주당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민주당의 일방독주로 엉터리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강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여당의) 재의요구 건수는 바로 민주당의 의회 독재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덧붙였다.

22대 국회가 개원 직후부터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데 대한 양당의 정치적 부담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와 ‘다수결의 원칙’을 앞세우고 있지만, 의석수만 믿고 일방적인 독주만 고집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 같은 배경에 ‘이재명 방탄’ 목적이 숨어있다는 의심 어린 시선도 부담이다.

국민의힘도 거대 야당에 맞설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상임위 보이콧이 장기화하고, 대통령 거부권이 반복되는 데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 파행과 입법부·행정부 대립으로 인한 국정운영 차질은 정부·여당 책임론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인해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들이 벌써부터 줄폐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12일 낮 12시 기준 22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수는 총 367개(정부 법안 7개 제외)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민생을 위한 법안들도 만들어지고 있다”면서도 “여야의 극한 대치가 지속하면 공멸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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