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이영하가 2회초 무사 만루 위기를 맞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공덕동 박승환 기자] “5일이 부족해서 1년을 채우지 못한 것은 아깝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항소2-2부(부장판사 이현우 임기환 이주현)는 13일 특수폭행,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영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진행하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영하가 ‘학교폭력’ 의혹에 휩싸인 것은 지난 2021년이었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가 이영하를 비롯해 김대현(LG 트윈스)를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했다. 이후 검찰이 이영하를 특수폭행과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당연히 A씨와 이영하의 주장은 완전히 상반됐는데, 명확한 증거를 제출하면서 반박에 나선 이영하 측과 달리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기억은 명확하지 않고, 증거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1심에서 이영하에게 2년을 구형했고, 이영하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그 결과 서부지법은 “피해자의 진술은 객관적인 증거나 다른 야구부원들의 진술과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부의 판결을 납득하지 못해 항소를 진행했는데, 결과에 변화는 없었다. 2심에서도 재판부는 이영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수폭행과 일부 강요, 공갈에 대해 살펴보면, 이 부분은 원심이 이미 자세하게 무죄 판단을 실시했다. 피해자가 전기파리채를 머리에 댔을 때 스파크가 일어났다고 진술한 것과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진술한 점이 상반된다. 이영하는 8월 17일부터는 국가대표에 참여하고 있었다. 피해자의 진술과 김대현의 카드 사용 내역에 따르면 피고인(이영하)과 김대현이 서울, 부산, 군산 등지를 빈번하게 이동했는데, 국가대표팀에 소집돼 이탈이 자유롭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볼 때 그렇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는 백세라케면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러한 특징적인 라면을 여태까지 기억하지 못하다가 당심에 이르러서 특정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백세카레면이라는 것은 이미 범행 당시에 단종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피고인과 김대현이 부산 코모도 호텔에 숙박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투숙객 내역을 살펴보면 명단에 피고인의 이름이 없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자취방에서도 강요 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나, 그 일시에 피고인이 자취방에서 퇴거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심에서 판단한 내용과 동일하게 공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특수폭행,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두산 베어스 이영하./공덕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으면서 이영하는 이제 완전히 학교폭력 의혹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2심 판결이 끝난 뒤 김선웅 변호사는 “1심에서도 나왔던 것처럼 고소인이 전혀 증명을 하지 못했다. 검찰이 너무 성급하게 이영하 선수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기소를 했다. 알리바이가 모두 있음에도 불구하고 억지 기소가 됐고, 결국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나온 것 같다. 김대현 선수와 마찬가지로 (이영하도) 상고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마 이번 2심이 이영하 선수에 대한 마지막 법정 분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이영하는 모처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이렇게 잘 마쳐서 다행인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없었으면 하는 일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돼 재판까지 왔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을 때보다, 지금 ‘끝났다’고 생각을 하니 홀가분한 것도 있다. 그동안 스트레스도 많았다. 사실 나뿐만이 아니라 부모님, 가족들이 일로 많이 힘들어했다. 무죄를 받았지만, 선수로서 재판까지 받는다는 것에서 계속해서 의심을 하거나, 실망하신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일단 잘 끝났으니 앞으로는 좋지 않은 시선보다, 야구 선수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많이 봐주시고, 많이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영하가 분명 명예회복에 성공한 것은 맞지만, 물리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점이 있다. 바로 FA(자유계약선수) 등록일수다. KBO리그는 145일을 채워야 한 시즌을 소화한 것으로 보는데, 이영하는 재판으로 인해 2022시즌 140일 밖에 등록 일수를 채우지 못했다. 5일이 부족했던 것. 게다가 지난해에도 등록일수가 121일에 그쳤다. 2년 연속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이영하의 FA 자격 취득 또한 2년이 늦어지게 됐다. 이영하는 올해부터 꾸준히 등록 일수를 채운다고 가정할 때 이영하의 FA 자격 취득은 2026시즌 오프시즌이 된다.

이영하 입장에서는 분명 억울한 상황이지만, 법정 분쟁으로 인해 등록일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KBO에 소송을 했던 조상우(키움 히어로즈)의 사례를 고려하면, 등록일수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24년 4월 11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 키움 조상우가 6회말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다./마이데일리2024년 5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두산 이영하가 훈련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조상우의 경우 2018년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던 박동원(LG 트윈스)와 함께 성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 KBO는 ‘품위손상행위’와 ‘참가활동 정지’ 조항을 적용해 조상우와 박동원에게 참가활동 정지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2019년 검찰은 조상우와 박동원이 범행을 저지른 증거가 없다며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고, 이에 조상우는 2021년 FA 등록일수와 연봉 보전에 대해 KBO를 고소했는데, 재판부는 1심에서 조상우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고, 지난 2심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영하는 FA 보상일수에 대해 “선수 생활이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기 때문에 사실 5일이 부족해서 1년을 채우지 못한 것은 아깝고, 아쉽다. 이렇게 (재판이) 잘 끝났으니, 내가 해야 할 것과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더 집중해서 잘하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나”라며 말을 아꼈다.

물론 조상우와 이영하의 경우 성격이 조금 다르다. 조상우의 경우 KBO가 직접적으로 ‘참가활동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던 것이라면, 이영하는 구단의 판단 속에서 단순히 엔트리에서 말소된 까닭이다. 이에 김선웅 변호사는 “(등록일수는) 선수의 귀책사유가 아니다. 때문에 이런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KBO와 구단(두산)이 어떻게 해결을 하느냐다. 일단 구단에 건의를 해서 개선이 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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