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너는 납치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사채 빚과 불공정한 퇴학 위기라는 삶의 벼랑 끝에 선 두 청년, 준성(유승호 분)과 재효(김동휘 분). 절망스러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큰돈이 필요했던 그들은 우발적으로 술자리를 함께하던 고교 친구이자 부잣집 아들 민우(유수빈 분)를 납치하고 만다. 필요한 돈을 받아내고 친구는 무사히 돌려보낸다는 것이 최종 목표. 그들은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한 두 청년의 100억 납치 스릴러,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의 이야기이다. 어제의 친구에서 오늘의 인질, 내일의 공범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물들의 관계와 친구가 친구를 납치한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사랑받았다. 이토록 신박한 ‘거래’의 전개에 발단이 된 이 납치극에서 준성과 재효가 친구 민우에게 정체를 숨기기 위해 사용한 방법, 바로 인공지능(AI) 커버곡의 기술로 화제의 중심이 된 ‘AI 보이스’다.

AI 보이스의 기본 원리는 ‘음성합성기술’이다.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시키는 기술을 의미하며, 문자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개발되었다. 텍스트로 입력된 정보를 소리로 전달하기 위해선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한 후, 일정한 음성 단위로 쪼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선작업이 필요하다. 이후 텍스트가 입력되면 기존 데이터베이스에서 텍스트와 일치한 목소리 조각을 조합해 음성으로 송출되는 방식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대중교통 내의 음성 안내가 음성합성기술의 대표적인 예시. “이번 정류장은 여의도 공원입니다.”와 같은 안내를 승객들에게 전할 경우, 전체 문장과 다양한 정류장의 이름을 미리 녹음해두고, 필요시에 해당 정류장 데이터의 일부를 편집해 송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초기의 음성합성 기술인 ‘편집 합성 방식’의 활용이다. 사람이 직접 정류장마다 소개하는 것보다는 편리한 방식이지만, 고정된 문장에서 일부 단어만 바꿀 수 있었기에 구사할 수 있는 문장의 가짓수가 제한적이며, 부자연스러운 억양이 묻어 나온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접하는 음성 안내에는 사람이 직접 말한 듯한 자연스러운 안내가 많다. 현재의 음성합성기술이 AI 기술 발전으로 매우 고도화되었기 때문이다. AI 기술의 발달로 단어, 문장 단위의 음성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자음과 모음, 숫자 등 모든 음성 데이터의 음편을 분석하고 조합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단어의 길이와 높낮이까지 학습해 운율감이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한다. 음성합성기술은 번역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책, 동영상 더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AI 커버곡 영상들도 모두 음성 합성 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것이다. 특정 가수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른 것처럼 AI로 만들어낸 음원으로, 최근 미국 팝가수 브루노 마스가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노래 ‘하입보이’를 부르는 유튜브 영상이 게시 2주 만에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는 한 이용자가 AI 음성 기술을 활용해 만든 영상으로 타국의 가수가 구사하는 한국어가 이질적이지 않게 들릴 정도의 AI 보이스 기술 발전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이면에는 언제나 악용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3월 캐나다에서는 음성합성기술로 위조한 목소리를 아들의 목소리로 속은 부모가 2000만 원가량을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송금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 11월 1일 충남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가 검거 사실을 공개한 보이스피싱 범죄단의 경우, 중국 콜센터를 이용해 1891명으로부터 1490억 원에 달하는 돈을 갈취했다. 붙잡힐 당시 이들은 딥페이크와 음성합성기술을 활용해 유명 검사의 얼굴과 음성을 합성한 뒤, 이를 범행에 이용하려는 신종수법을 개발 중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에서 역시 우발적 범행으로 어설픈 납치극을 시작한 준성과 재효는 너무나 손쉽게 텍스트를 AI보이스로 변환해 정체를 숨긴다. 인질 민우는 잠시 당황하지만, 끝내 기지를 발휘해 납치범들의 정체를 파악한다. AI로 음성은 대체할 수 있었지만, 향기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 민우는 납치범의 냄새가 준성의 향수와 같다는 것을 눈치채며 세 친구의 상황은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인질이 납치범의 정체를 알아차리며 더욱 예측 불가한 전개를 보여주는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는 오직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하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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