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온이 경영쇄신에 크루(카카오 직원)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호 카카오 경영지원총괄의 폭로 외엔 내용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경영쇄신안에 불신도 드러냈다. 내부 갈등이 고조되자 김범수 창업자는 전 크루를 대상으로 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때도 반응 없더니…첫 응답이 “활동 말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온)는 올해 세 차례에 걸쳐 단체행동에 나섰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구조조정이 이어지자,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무책임 경영을 규탄하고 고용불안을 해소하라며 두 차례의 집회를 열었다. 또한 지난 4일 경영쇄신에 직원의 참여를 보장하라며 로비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의 사옥 내 피케팅(손팻말 시위)을 진행했다. 

카카오는 지난 5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사내 오프라인 장소나 온라인 전산망을 활용해 노조활동을 할 것이면 사전협의를 거쳐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수차례 단체활동 끝에 회사로부터 받은 첫 공식 답변이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이었다며 반발했다.

서승욱 크루유니온 지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사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받은 게 이게 처음이고, 예전에도 피케팅 시위가 있었는데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면서 “내부 구성원들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더욱 큰 문제인데, 구조조정 자체는 별 얘기가 없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해당 공문과 관련해 “단체협약에서 내부시설을 이용할 때는 사전에 내용을 공유해주기로 되어 있다. 관련 내용을 요청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조는 단체협약상 회사 전산망을 통해 전체 직원을 수신인으로 할 경우에만 사전 협의가 필요할 뿐이라며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서 지회장은 그간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경영진이 대화에 소극적으로 참여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노조 활동을 하면서 김 창업자를 만난 적이 없다”면서 “김 창업자는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그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홍은택 대표 등 다른 대표들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깜깜이’ 경영쇄신안으론 무리…소통 나선 김범수

노조는 카카오의 폐쇄적인 경영쇄신위원회 활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카카오의 경영쇄신안은 ‘준법과신뢰위원회’의 유일한 사내위원인 김 총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로하며 알려진 내용이 전부다. 서 지회장은 “경영쇄신안의 내용에 대해 페이스북에 (김 총괄의)글이 올라온 것 외에 공개된 게 없다”면서 “개선하겠다는 내용과 기존 문제점이 엮여 있어서 정확한 쇄신 방향도 나오질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총괄의 폭로에 대한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회사의 치부를 노출했다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터질 게 터졌다”면서 후련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외부’에서 온 김 총괄의 파격적인 행보에 제대로 된 쇄신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카오 직원은 “지금의 경영문제는 이미 대부분의 크루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선 대외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내용”이라면서 “곪고 곪아서 터지다보니 외부 인사인 김 총괄에게 인사권을 준 게 아닌가 싶고, 김 총괄이 이번에 글을 쓰면서 기존의 카르텔과 확실히 선을 긋고 쇄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김 총괄의 폭로를 제외하면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카카오의 경영쇄신 방향에 대해 가늠할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김 창업자가 소통 행보에 나섰다. 오는 11일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임직원들과 ‘카카오의 변화와 쇄신의 방향성 공유’를 주제로 ‘브라이언톡’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이 임직원과 만나는 자리는 2021년 2월 열었던 창사 10주년 기념 행사 이후 2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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