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차곡차곡 실리는 EV9 7일 경기 평택항에 정박한 선박 안으로 기아 전기차 ‘EV9’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이날 선박에 실린 수출용 차량은 약 한 달
 후 미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선적 시에는 최대한 많은 차량을 싣기 위해 약 10cm 간격으로 차량을 주차한다.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면서 전날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바로바로 수출용 선박에 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배에 차곡차곡 실리는 EV9 7일 경기 평택항에 정박한 선박 안으로 기아 전기차 ‘EV9’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이날 선박에 실린 수출용 차량은 약 한 달 후 미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선적 시에는 최대한 많은 차량을 싣기 위해 약 10cm 간격으로 차량을 주차한다.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면서 전날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이 바로바로 수출용 선박에 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삑! 삑!”

7일 오후 경기 평택항에 정박한 ‘리버티피스호’ 선박 10층 덱. 축구장만 한 공간에 호루라기 소리가 짧게 두 번 울렸다. 호루라기 수신호에 맞춰 기아 신형 전기차 ‘EV9’에 탑승한 주차 전문 드라이버가 핸들을 크게 두 번 돌렸다. 차량들이 12대씩 오와 열을 맞춰 테트리스 퍼즐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옆 차량과의 간격은 불과 10cm. 스마트폰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간격이었다. 대당 주차 시간은 약 5초에 불과한데도 한 치의 오차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EV9 앞 유리창을 보니 ‘미국’이라고 적힌 사양표가 큼지막히 붙어 있었다. 한 달 뒤 미 포틀랜드와 터코마에 도착해 도로를 누빌 예정인 차량들이다.

올해 한국 수출의 ‘주인공’은 단연 자동차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의 동반 부진 속에서 자동차가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합산 수출량은 7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200만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전기차 수출도 지난달 말로 사상 첫 연간 수출 30만 대 시대를 열었다.

평택항은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 항만이다. 21만 ㎡ 규모의 야적장은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들로 꽉 차 있었다. 매일 평균 2400대의 기아 차량이 미국, 유럽,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147개국으로 수출된다. 이날 오전에도 차량 1000여 대를 실은 선박이 유럽으로 출항했다고 했다.

수출 물동량이 늘어나며 항만 주차장의 차량을 선박에 싣는 하역팀도 바빠졌다. 한 팀은 총 16명(반장, 안전유도원, 주차전문요원, 신호수, 드라이버)으로 구성된다. 한 대라도 더 싣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할 분담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팀워크’가 중요하다. 배가 도착하는 목적지 순서에 따라 역순으로 빠르고 정확히 주차해야 한다. 이날 리버티피스호에 총 700여 대의 수출 차량을 싣는 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문기성 CJ대한통운 하역사는 “올해 한국 수출이 반도체가 안 좋아 힘들었는데 자동차가 잘 메워줬다고 한다”며 “그 일원으로 역할을 해 뿌듯하다”고 했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올 1∼10월 580억 달러(약 76조56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3.9% 증가했다. 자동차 무역수지(447억 달러)는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을 제치고 수출 전 품목 가운데 1위에 올라 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는 총 181만2198대를 수출했다. 평택항 등을 통해 매월 18만 대 이상 국내 생산 차량을 해외로 보냈다. 현 추세라면 올해 현대차·기아는 약 217만 대의 차량을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산 수출량이 200만 대를 넘긴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평택항에서 근무 중인 정세원 기아 수출선적팀장은 “배는 부족한데 수출 물동량은 계속 늘고 있다”며 “평택항 수출 물량 10대 중 절반가량인 45%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라고 전했다.

평택항에 앞서 찾은, 차량으로 1시간 거리의 경기 광명시 기아 소하리공장도 분주했다. EV9, 카니발, K9 차량들이 평택항으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 검수 작업을 거치고 있었다. 대부분 전날 생산한 ‘따끈따끈한’ 신차들이다. 매일 약 1200대가 길이 17m, 높이 4.5m 카캐리어에 실려 평택항으로 ‘당일 배송’ 된다. EV9 4대를 싣고 평택항으로 출발하려던 문기덕 카캐리어 운전원은 “하루 3번 광명과 평택을 오간다”며 “도로에서 제일 큰 차이지만 신차들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제일 약자처럼 운전한다”며 웃었다.

기아 소하리공장은 내년 6월부터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올 10월까지 현대차·기아의 누적 전기차 수출 대수는 26만8157대. 전년(17만792대) 대비 57%가 늘었다. 지난달 수출 실적을 합하면 사상 최초로 30만 대를 돌파했다. 소하리공장에서 38년 근무해 ‘산증인’으로 불리는 임정빈 기아 수출선적팀 수출1그룹장은 “1987년 허허벌판이던 흙바닥에서 기아 ‘프라이드’를 처음 수출했을 때는 품질이 떨어지고 작업 환경이 열악했다”며 “지금은 차량 품질이 훨씬 좋아지고 전기차도 외국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평택·광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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