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사람을 포함한 사회적 동물들은 제한된 자원을 얻기 위해 경쟁을 하며, 이로 인해 집단 내에서 사회적인 계급이 형성된다. 사회적 서열에 의한 경쟁 회피를 통해, 서열이 낮은 개체들은 신체적인 피해와 에너지 손실을 방지하는 반면, 서열이 높은 개체들은 먹이, 교미 상대 등 제한된 자원에 쉽게 접근한다.

경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승자의 뇌와 포기하는 패자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과학자들은 사람 및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뇌 영상 연구와 설치류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대뇌의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tex, mPFC)이 생존본능이나 성격과 같은 사회적 서열 형성에 관여하는 주요 뇌 영역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전전두엽 내 특정 신경세포 집단들이 사회적 경쟁에서의 승리와 패배에 선택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이 보고됐지만 아직 분자 및 해부학적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구자욱 박사 연구팀은 전전두엽에 있는 특정 신경세포가 승자와 패자의 뇌를 구분하고, 특정 유전자가 사회적 서열 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해 신경과학분야 국제학술지 ‘뉴런(Neuron’ 최신호에 발표했다.

한국뇌연구원 구자욱 책임연구원(왼쪽)과 최태용 연구원 [사진=한국뇌연구원]

구자욱 박사 연구팀은 실험동물 모델들이 사회적 경쟁을 할 때 활성화되는 전전두엽 신경세포의 연결을 전뇌(前腦, forebrain) 수준에서 추적해 승자와 패자의 뇌지도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먼저 경쟁 상황일 때 전전두엽에서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튜브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동물 두 마리를 투명하고 좁은 튜브에 넣어 경쟁상황을 만들고 자극에 따른 행동패턴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승자에서는 전전두엽에서 중격의지핵(nucleus accumbens, NAc)으로 출력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들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반면, 패자에서는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으로 출력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들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됐다.

전전두엽-중격의지핵(mPFC-NAc) 회로와 전전두엽-복측피개영역(mPFC-VTA) 회로의 활성을 조절하면 사회적 경쟁과 서열 행동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상대방을 밀어내거나 상대방의 힘을 버티는 등 이기려는 행동을 할 때에는 중격의지핵 신경회로망의 활성이 증가했지만, 뒷걸음질 치거나 도망가는 것과 같이 지는 행동을 할 때에는 복측피개영역 신경회로망의 활성이 증가했다.

또한, 유전자 전달 기법을 활용해 전전두엽-중격의지핵 신경회로의 활성을 억제하면 사회적 경쟁에서 더 많이 지는 반면, 전전두엽-복측피개영역 신경회로의 활성을 억제하면 사회적 경쟁에서 더 많이 이겼다. 이는, 전전두엽에서 갈라진 두 신경회로망이 사회적 서열 형성에 반대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또한 사회적 서열이 높고 낮음에 따라 유전자도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서열이 높은 개체와 낮은 개체의 전전두엽 뇌조직을 분석한 결과, 전전두엽-복측피개영역 신경세포에서 Pou3f1 유전자가 차별적으로 발현되면 사회적 서열도 변했다. 사회적 서열이 낮은 개체의 Pou3f1 발현을 낮추면 서열이 올라갔고, 발현을 증가시키면 서열이 낮아졌다.

구자욱 박사는 “이번 연구는 사회적 경쟁 행동에 대한 뇌지도 및 회로망 특이적 분자 기전 규명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했다”며, 향후 사회적 불안, 우울증 및 갑질과 같은 사회적 경쟁과 서열에 따른 병리적 현상의 신경생물학적 원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정리 모식도 [사진=한국뇌연구원]

*논문제목: 다른 전전두엽 출력 신경회로망의 활성 및 유전자 발현이 사화적 경쟁 및 서열을 반대로 조절한다 (Distinct prefrontal projection activity and transcriptional state conversely orchestrate social competition and hierarchy)

*저자: 최태용(제1저자), 전형석, 정세진, 김엄지, 김정섭, 정윤하, 강병수, 최무림, 구자욱(교신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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