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예년에 비해 ‘갓겜’이라 불리는 패키지 신작들이 풍성했습니다. 다른 해였다면 주요 게임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에 선정되고도 남을 작품들이 수두룩했던 ‘꽉찬집’이었으니 말이죠. 이것만으로도 게이머의 지갑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주어진 시간마저 한정되어 있죠. 거듭 고민한 끝에 구매한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 올해 게임사들은 손주 밥 먹이는 할머니와 같았죠...
▲ 올해 게임사들은 손주 밥 먹이는 할머니와 같았죠…

인게임 과금 요소가 있는 라이브서비스 게임은 올해라고 특별한건 없죠. 단, 매년 ‘올해는 월정액 정도만!’이라며 계획적이고 현명한 소비를 다짐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유료 콘텐츠가 출시됐을때 온 몸을 휘감는 지름신의 가호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1년간의 결제내역은 가랑비에 옷 적시다 폭우를 만난 듯한 모양새가 되지요.

여러모로 ‘안타까운 지름’이 발생하기 좋은 해였던 2023년. 2018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에도 ‘검은소’가 된 게임기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모아봤습니다. 

Q모 기자
: ‘갓겜’이 나왔는데 왜 하질 못하니…
닌텐도 스위치 (소비 금액: 41만 5,000)

2023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무수히 많은 신작들이 나왔죠. 그리고 그 중에선 ‘명작’으로 알려진 게임의 후속작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죠. 전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PC, 또는 모바일게임을 주로 플레이했는데요.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출시를 기회삼아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하게 됩니다.

▲ 왕눈 보고 스위치를 샀으나 수박게임만 짬짬이 즐겼다는 슬픈 이야기...(사진 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 왕눈 보고 스위치를 샀으나 수박게임만 짬짬이 즐겼다는 슬픈 이야기…(사진 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닌텐도 스위치 구매한 것은 올해 1월이었습니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 나오기 전에 전작인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금 일찍 구매했죠. 하지만 그땐 몰랐습니다. 1년간 무수히 많은 일이 몰아치며 닌텐도 스위치를 켤 시간조차 없을줄은 몰랐단 말이에요! 그나마 짬짬이 한 ‘수박게임’ 덕분에 플레이타임 1시간은 되더군요.

한줄평: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튜토리얼은 끝낸 저의 승리군요. 

K모 기자
: 아니 이게 왜 ‘펑!’하고 터지는거야!
닌텐도 스위치 (소비 금액: 41만 5,000원) + 시간과 노력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게임기자입니다. 직업도 직업이고, 저도 어릴적부터 게임을 즐겼던지라 아이가 다양한 게임을 접할 수 있게끔 하면서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제가 보기에도 다소 지나치다 싶을만큼 아이가 게임에 몰입하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냥 방치해선 안되겠다 싶어 따끔하게 혼을 냈습니다.

사건은 혼을 내는 와중에 발생했습니다. 손에 닌텐도 스위치를 들고 있었던 것이 실수였죠. 그날따라 손에 땀이 찼는지, 손을 가볍게 흔들었을 뿐인데 닌텐도 스위치가 쑥!하고 빠져버리더군요. 그런 다음 들리는 소리는 ‘와장창’이 아니라 ‘펑!’이었습니다. 네, 닌텐도 스위치가 말그대로 터져버렸습니다.

▲ 기기는 물론, 세이브 데이터까지 사라졌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사진 제공: K모 기자님)
▲ 기기는 물론, 세이브 데이터까지 사라졌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사진 제공: K모 기자님)

그 순간 저와 아들, 두 사람 다 얼어 붙은채 “어? 내 스위치?!”라며 놀랐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에서 청소하던 마누라는 놀라서 뛰어오며 “때렸어?”라고 물어보더군요. 아니 애를 왜 때려…아무튼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놀란 것은 물론이거니와 온라인 서비스 가입을 안해서 각종 게임의 세이브 데이터까지 날아갔거든요. 그 허망한 기분, 어릴 적부터 게임을 해온 저는 정말 잘 알고 있죠. 그래서 기기도 새로 구매한 것은 물론, 아이에게 세이브 데이터를 돌려주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한줄평: 기자님과 아이 모두 다치지 않은게 천만다행입니다…
(이에 대해 K모 기자님은 “마음이 다쳤는데요??”라고 하셨습니다)

P모 기자
: 저보고 왜 검은소가 됐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로스트아크’ 장비 강화 재화 및 카드 (소비 금액: 66만 원)

수많은 MMORPG를 섭렵한 저는 현재 ‘로스트아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로스트아크’ 엔드 콘텐츠 중 하나인 군단장 레이드를 즐기기 위해선 여러 준비가 필요하죠. 공략 숙지는 기본, 장비·스킬 레벨 등도 적절하게 맞춰야 합니다. 

스킬 포인트나 일부 전용 룬 같은 경우에는 게임에서 마련한 모험 콘텐츠를 꾸준히 플레이하면 됩니다. 소위 말하는 내실이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장비 강화와 카드는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어렵고, 가장 많은 재화를 소모하게끔 하는데요. 여기에 제 소중한 월급을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 현명한 소비를 주장하고 있는 P모 기자님의 장비 제련 화면 (사진 제공: P모 기자님)
▲ 현명한 소비를 주장하고 있는 P모 기자님의 장비 제련 화면 (사진 제공: P모 기자님)

특히, 일정 이상 대미지를 올려주는 카드는 캐시샵 내에서 기간 한정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라올 때마다 구매해줘야 합니다. 1인당 3개까지만 구매 가능해 기간 한정, 수량 한정이라는 말에 약한 저는 그저 결제를 할 뿐입니다. 카드에 쓴 돈만 33만원이네요. 여기에 강화 재료 구매에 쓴 돈도 33만원. 이것만 해도 66만 원을 ‘로스트아크’에 썼군요. 아, 아바타나 기타 재화 구매 금액은 제외했습니다. 이 정도면 현명한 소비 아닌가요?

한줄평: 기타 소비가 더 궁금해지는데요?

L모 기자
: 분명 MMORPG인데, 어째 익숙한 기시감이…
올해 MMORPG 신작들 스타터 패키지 (소비 금액: 약 25만 원)

올해는 다양한 MMORPG가 출시됐죠. ‘아키에이지 워’, ‘프라시아 전기’, ‘나이트크로우’에 연말의 ‘쓰론 앤 리버티’까지… 한때 다양한 MMORPG를 ‘열심히’ 플레이했던 저, 올해 다시 MMORPG를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앞서 언급한 게임들이 출시될 때마다 스타터 패키지 정도는 구매하고 시작했습니다. 

▲ 올해 출시된 MMORPG들. 스타터 패키지로 정말 '시작'만 했다니...
▲ 올해 출시된 MMORPG들. 스타터 패키지로 정말 ‘시작’만 했다니…

사실 요즘 MMORPG에서 스타터 패키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습니다. PC나 콘솔 패키지게임 구매로 치자면, 결국 게임 하나 산 가격에 불과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플레이타임입니다. 스타터 패키지를 사놓고선 한달은 커녕 2주 이상 플레이한 게임도 손에 꼽으니까요. 제각기 다른 이유로 접긴 했지만, 아무튼 따지고 보면 스팀에서 게임 사서 안 하는 거나 다름없는 것 같습니다. 

한줄평: 흠…그나마 스팀은 라이브러리 채우기라도 되죠…?

H모 기자
: 가챠로 몇 백 깨진 것보다 더 억울해
사놓고 엔딩 못본 게임들 (소비 금액: 총 92만 4,410원)

집과 회사밖에 모르는, 학생이었다면 매우 바람직한 생활패턴의 게임기자입니다. 게다가 자취가 아닌 부모님과 함께 살기에 집값도 세이브. 결국 버는 돈을 개인 취미 생활에 온전히 쏟아부을 수 있고, 그 취미가 바로 게임입니다. 평소 모바일게임 2~3개쯤은 고정적으로 잡고 있고, PC·PS5·닌텐도 스위치도 보유해 각종 패키지 게임도 구매 및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 2~3개를 하면서 나가는 돈은 ‘아깝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2~3개 게임을 동시에, 오래 하다보면 뽑기가 절망적일 때도 있지만, 반대로 단번에 나오는 경우도 자주 경험하게 되죠. 덧붙여 피규어 모은다는 개념으로 생각해보세요. 실물 피규어는 공간이 부족해 집을 추가로 사야되지만, 사이버 피규어는 별도의 보관장소 비용이 들지 않는단 말이죠!

▲ 집에 실물 피규어 놓을 공간이 없어 사무실을 활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 집에 실물 피규어 놓을 공간이 없어 사무실을 활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 그에 비해 인게임 캐릭터는 실제 공간을 차지하지 않죠! 
▲ 그에 비해 인게임 캐릭터는 실제 공간을 차지하지 않죠! 

문제는 PC·콘솔 패키지게임입니다. 정확하게는 ‘사놓고서 하지 않은’ 게임들이지요. 게임 출시 일정에 치인 것은 물론, 소위 ‘타임머신’ 게임들에 시간을 지나치게 빼앗겨 10여 종이 넘는 게임들을 사놓고선 플레이 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엔딩 직전에 멈춘 ‘페이트/사무라이 렘넌트’는 양반이고, 튜토리얼만 끝낸 상태인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아, ‘스트래티직 마인드: 스피릿 오브 리버티’는 사놓고선 설치조차 안해봤네요.

참고로 이번 기회에 올해 한 게임 목록을 면밀히 살펴보니 상반기엔 ‘위닝포스트 10’, 하반기엔 ‘발더스 게이트 3’가 문제였습니다. 두 게임을 수 백 시간이나 하느라 다른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한 것이죠. 그래도 돈 아깝지 않게 한 게임이 있으니 다행인걸까요?

▲ 각각 250시간 이상은 한 '위닝포스트 10'과 '발더스 게이트 3'
▲ 각각 250시간 이상은 한 ‘위닝포스트 10’과 ‘발더스 게이트 3’

▲ 그에 비해 사놓고선 손도 안댄 '스트래티직 마인드: 스피릿 오브 리버티'....
▲ 그에 비해 사놓고선 손도 안댄 ‘스트래티직 마인드: 스피릿 오브 리버티’….

한줄평: 모바일게임에 쓴 돈까지 더하면 4배 정도로 뛰지 않나요?

지금까지 ‘검은소’가 된 익명의 게임기자들의 사연을 만나봤습니다. 사실 이 외에도 수많은 게임기자가 ‘디아블로 4’ 구매에 대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올 한해 ‘검은소’가 되는 경험을 피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재차 깨달았습니다.

내년에는 보다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지난해보다 한층 금액이 부풀어 오른 올해의 소비 패턴을 보건데, 요원한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도 2024년에는 소비한 만큼의 즐거움은 반드시 거둘 수 있는, 게임 생활을 즐겼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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