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건물 외벽에 칠한 페인트는 시간이 흐를수록 작은 가루로 부서져 땅에 흩어진다. 페인트에 첨가된 유해 화합물은 토양에 잔류하면서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페인트 첨가제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9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김태영 교수 연구팀은 페인트에 분산제로 첨가되는 성분이 수십 년 후에도 토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번식을 억제하는 생식독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베를린 자유대학교, 브라질 상카를루스 연방대학교 등과의 공동연구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래된 건물 외벽 페인트 가루의 토양 독성. 연구진은 건물 외벽에서 부식되어 떨어진 페인트 가루가 예쁜꼬마선충에게 생식독성을 유발하며, 그 원인 물질이 알킬아민이라는 페인트 첨가제임을 밝혀냈다. [사진=GIST ]

분산제는 계면활성제의 일종으로, 물과 기름처럼 본래라면 서로 섞이지 않는 것을 섞는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유럽 화학물질청(European Chemicals Agency) 조사에 따르면, 페인트는 토양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중에서 타이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건물 외벽이 노후되어 발생하는 페인트 가루가 토양 생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목했다.

1950년대의 외벽 페인트가 남아있는 옛 동독 지역의 폐가 주변에서 땅에 떨어진 페인트 조각을 모아 잘게 부순 후, 예쁜꼬마선충을 대상으로 가루의 크기에 따른 독성을 조사했다.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은 토양에 널리 서식하는 약 1 mm 길이의 작은 생물로, 농작물에 영양을 공급하고 토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연구 결과 페인트 가루는 예쁜꼬마선충의 번식을 억제하는 생식독성을 나타냈으며, 독성의 세기는 페인트 가루의 색깔과 크기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였다.

페인트 가루가 토양에 1% 무게비로 섞여 있을 때, 예쁜꼬마선충의 자손 수는 최대 약 60%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독성의 핵심 원인 물질이 페인트에 분산제로 첨가되는 알킬아민(Alkyl amines)이라는 것을 밝혀 냈다. 토양에 알킬아민이 25 ppm(백만분의 일) 정도의 무게비로 존재할 경우, 예쁜꼬마선충의 번식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김태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외벽 페인트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토양 독성을 나타낸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한 “시간이 지나 페인트 가루가 잘게 부서지면 페인트 표면적 증가로 독성 첨가제가 더 많이 유출돼 지금보다 훨씬 큰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이러한 페인트의 특성을 고려해 페인트 첨가제에 대한 규제 정책을 보완하고, 첨가제를 보다 안전한 물질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환경화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2023년 12월 21일 온라인 게재됐다.(논문제목 : Toxicity of aged paint particle to soil ecosystem: Insights from Caenohabditis eleg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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