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관부터 혁신본부장까지 ‘세 차례’ 진행

알맹이 없는 ‘R&D 투자 방향·기준’

R&D 뿐만 아닌, 혁신·선도형 소통 방안 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세종청사 전경. ⓒ데일리안DB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세종청사 전경. ⓒ데일리안DB

지난주부터 연속 3일간 과학기술정통부에선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그간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이 일자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앞서 ‘과학대통령’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후폭풍이 거세자 지난 2월 23일 차관급 인사를 전면 개편했다.

인사 단행이 한달 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 제1차관부터 과학기술혁신본부장까지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한다는 취지에서 순차적으로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지난주 금요일, 서울 광화문교보빌딩 13층인 대통령 소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류광준 혁신본부장이 미디어데이의 첫 출발을 끊었다. 기대감을 안고 오송역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발표 주제는 최근 과학기술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2025년 국가 R&D 투자 방향 및 기준’이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지난달부터 연이어 올해 R&D 예산 삭감에 유감을 표하며 내년도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피력 중이다.

지난달 5일 대통령실은 ‘2025년도 R&D 예산’에서 혁신 선도형 R&D 부분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 수석비서관은 “혁신 선도형 R&D 사업에 내년부터 큰 폭으로 늘어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내년도 정부 R&D 투자 방향을 과학기술혁신본부, 재정 당국과 협의해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미디어데이 발표 내용은 추상적인 관념만 있을 뿐, 정작 국민이 궁금해 할 알맹이는 쏙 빠져 있었다. 투자 방향과 기준을 발표하겠다는 주제와는 달리 구체적 가이드라인이나 진행 현황에 대한 설명 없이 모호함만 남기고 끝났다. 다소 급하게 마련한 미디어데이에 별다른 준비없이 추진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협의 중”, “협의하겠다”라는 되풀이성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첫째날을 만회하려는 노력일까. 미디어데이 마지막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퍼로 참석한 이창윤 1차관은 7장의 발표문을 준비하고 세부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등 이전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아쉬운 건 발표내용이 길어져 그간 궁금했던 점을 물어볼 수 있는 ‘질의응답’ 시간이 단축됐다는 점이다.

‘미디어데이’라는 네이밍에 홀린 기대감 때문일까. 세 차례나 열린 미디어데이는 타부처 여느 브리핑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게 과기정통부가 말하는 소통인가 회의감이 들 정도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부처에서 다루는 내용이 국민이 알기 다소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아 실·국과·별로 격주 수요일마다 ‘브라운백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선 그 주에 담당 부서인 실국과장이 대거 참석해 어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이후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통해 마음껏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과학은 국민 생활과 매우 밀접하지만 이와 반대로 다가가기도 어려운 영역이다. 국민에게 보다 쉽고 낱낱이 정책을 알리기 위해선 허울뿐이 아닌 진정한 소통의 창구인 ‘미디어데이’로서의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그간 얼마나 소통이 부재했는지 단순 브리핑을 ‘미디어데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을까 싶기도 하다. 소통을 목적으로 삼고 미디어데이를 과감하게 펼친만큼 취지에 맞는 대화법을 모색했으면 한다.

혁신적 R&D, 선도형 R&D를 외치기 전에 혁신적인 소통방법을 강구해 나가는게 어떨까. 지금이 과기정통부에게는 ‘소통의 걸음마’를 배워야할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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