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마라넬로 게이트를 처음 통과한 V12는 페라리의 근간을 지키는 모델이 됐다” 수십 년 전 촬영한 영상 속에 등장한 엔초 페라리가 남긴 말이다. 그의 말처럼 자연흡기 V12 엔진은 페라리의 역사와 전통을 대변하고 있다. 페라리가 ’12칠린드리(12Cilindri)’를 세상에 내놓은 이유다.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의 뒤를 잇는 V12 ’12칠린드리’ / 허인학 기자

페라리는 브랜드 설립 이래 ’12기통 엔진’, ‘2인승’이라는 헤리티지를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켜오고 있다. 이번에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공개된 12칠린드리는 페라리의 헤리티지를 온전히 담고 있는 모델이다. 

12칠린드리는 이름에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페라리는 실린더를 뜻하는 ‘칠린드리(Cilindri)’, 그리고 숫자 12를 조합해 ’12개의 실린더’라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름을 완성했다. 12칠린드리는 1960년대 출시한 페라리 365 GTB4에서 영감을 얻었다. 플렉시 글라스와 전장의 반을 차지하는 보닛, 매끄럽게 떨어지는 라인, 2인승 시트 등 12칠린드리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클래식 쿠페의 흔적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주행성능을 한층 강화한 12칠린드리. / 허인학 기자

12기통 페라리의 계보는 125s를 시작으로 250GTO, 슈퍼패스트, 365 GT4 BB, 테스타로사로 이어져 왔다. 특히 F50은 역사적 의미를 담은 모델로 꼽힌다. 수평대향 12기통 엔진에서 다시금 V12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 창립 50주년도 기념한다.

F50부터는 줄곧 V12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했다. 페라리 창립자인 엔초 안셀모 페라리(Enzo Anselmo Ferrrari)의 이름을 붙인 엔초 페라리, V12 로드카의 시작을 알린 FF, F12 베를리네타, 그리고 812 슈퍼패스트까지. 이 모델들은 모두 V12 자연흡기 엔진과 2인승 구조라는 페라리 DNA를 갖춘 모델이다.

812 슈퍼패스트의 배턴을 이어받은 12칠린드리는 편안한 일상 주행을 지향하는 페라리 로마와 드라이빙의 정점에 놓인 SF90 스트라달레 사이 위치한다. 물론 엔진은 V형 12기통이며 오직 2개의 시트만 품고 있다.

12칠린드리의 21인치 휠. / 허인학 기자

12칠린드리의 12기통 엔진은 전작, 그러니까 812 슈퍼패스트에 비해 20밀리미터(㎜) 짧은휠베이스와 비틀림 강성을 15% 높인 섀시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6.5리터(ℓ) F140HD 엔진은 페라리의 역사를 대면하는 자연흡기 V12의 최신 버전으로 830마력을 발휘한다. 또 2500rpm에서 전체 토크의 80%를 뽑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 812 컴페티치오네에서 파생된 파워트레인은 슬라이딩 핑거 팔로워 방식의 밸브트레인 등 F1 기술을 활용해 성능을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V12 엔진과 손을 잡는 변속기는 8단 듀얼 클러치. 이미 SF90 스트라달레 등에서 검증을 마친 변속기다. 여기에 정교한 제어가 가능한 흡기식 토크 쉐이핑(ATS)를 더했다.

12칠린드리의 리어 디퓨저. / 허인학 기자

V12 엔진이 발휘하는 830마력의 힘은 발진 가속 성능으로 이어진다. 12칠린드리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을 2.9초 만에 마친다. 또 정지상태에서 7.9초면 시속 200킬로미터(㎞)까지 도달한다. 최고시속은 340킬로미터(㎞)다.

공기역학 성능도 정교하게 다듬었다. 리어 스크린에 통합된 능동적 공기역학 장치는 일정 주행 상황에서 작동해 최대 50킬로그램(㎏)의 추가 다운포스로 차체를 노면에 밀착시킨다. 또 ABS-EVO와 6방향 섀시 다이내믹(6w-CDS) 센서가 포함된 브레이크-바이-와이어를 통해 정밀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아울러 4륜 독립 스티어링(4WS)과 전후 48.3:51.7의 무게 배분을 통해 제어 능력을 끌어올렸다.

12칠린드리의 테일램프. / 허인학 기자
12칠린드리의 테일램프. / 허인학 기자

전동화 전환 작업이 한창이 지금 V12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의 등장은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단언컨대 페라리는 앞으로도 V12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V12는 페라리를 지키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전동화 시대에 맞서는 V12. 페라리가 역사를 지키는 가장 로맨틱한 방법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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