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원석 전자신문 부국장, 김병일 한양대 교수,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이성엽 고려대 교수

K콘텐츠 고도화 핵심이 정보통신기술(ICT)인 만큼, K콘텐츠 글로벌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대응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음악·영상·게임 등 K콘텐츠 수출 확대로 지난해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는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재산권 분야가 적자를 기록했으나, 문화예술저작권 흑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

K콘텐츠 전성시대를 맞이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K콘텐츠가 세계의 이목을 끌며 영화·방송 등 영상 뿐 아니라 웹툰, 캐릭터, 게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저작권 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접속차단한 K콘텐츠의 불법 유통 사이트만 총 6000개다. 국내 뿐 아니다. 해외에서 유통되는 한류 콘텐츠의 15%가 불법 유통인 셈이다.

전자신문은 연중기획 ‘K저작권 권리장전’ 4회 차로 현업 전문가들과 함께 K콘텐츠와 저작권 보호의 미래를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 현안과 해결책을 짚어봤다.

참석자들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는 사이트 차단이나 폐쇄와 같은 정책적 노력과 함께 국민이 불법유통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고 콘텐츠를 제값 내고 이용하는 저작권 존중 문화를 우리 사회에 널리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번 좌담회는 저작권 핵심 현안이 생성형 AI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AI와 저작권 보호·이용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과 규범을 수립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참가자(가나다순)]

△김병일 한양대 교수(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 위원장)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이성엽 고려대 교수(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 위원장)

△사회=김원석 전자신문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김병일 한양대 교수

◇사회=저작권 보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규제와 처벌에 대한 얘기도 나오지만, 저작권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하지 않나.

◇김병일(한양대 교수)=그렇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스페셜 301 보고서’에서 2008년까지 우리나라가 지식재산(IP)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됐던 것을 보면, 우리도 불과 15년 전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국민의 저작권 보호 인식은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불법복제 유통 경로 다변화, 국제화, 사적 영역으로 은둔화 등 ‘어둠의 경로’에 있는 불법복제물 유통이 지속되고 있다. 이용자 스스로 불법을 이용하지 말고 합법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 계도가 필요하다.

보호원의 ‘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 캠페인과 같은 국민의 저작권 보호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 사업은 저작권 보호의 궁극적인 대안이자 효과적인 예방책이다. 장기 추진을 통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인식 제고는 지속적으로 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 한국의 저작권 분야 세계 순위가 3년 연속 7위라는 성적표에 만족하면 안 된다.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고 그를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

◇이성엽(고려대 교수)=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조사에 따르면 지식재산이 경제성장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산업화된 국가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76%), 아프리카(70%)에서도 높게 나타난다. 개발도상국들 역시 ‘저작권 보호’에 대한 내재된 열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특허청에서는 2019년부터 위조상품을 식별하고, 이러한 제품이 초래하는 위험을 알리는 다양한 소비자 교육을 실시한다. 정품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Go For Real’ 캠페인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우리도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이용자들의 저작권 인식 개선을 위한 국제적 캠페인 전개가 필요하다. 한류에 관심이 높은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협력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사회=한류열풍과 함께 K콘텐츠에 대한 해외 불법유통도 확대일로다. 최근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그 침해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는지.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박정렬(한국저작권보호원장)=기술 발달에 따라 저작권 침해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서버는 A국가에 두고, 운영자는 B국가 국적이며, C국가의 언어로 D국가의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하는 아주 복잡한 구조다.

따라서 지금의 저작권 침해 대응을 위한 국제 수사공조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다. 문체부에서 인터폴, 각국의 수사 사법기관과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해 국제 수사 공조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보호원은 그에 발맞춰 디지털포렌식 기술을 활용, 국제공조 체계를 지원하며 국경 없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보호원과 미국영화협회(MPA)는 민간차원의 정보공유와 공동대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11월에는 보호원과 MPA, 필리핀 지식재산청은 저작권 집행협력 국제포럼을 개최해 저작권 보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

◇김병일=실제로 최근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그 침해 수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동시에 이를 방지하는 저작권 보호 기술도 개발되고 있지 않나. 국제 공조 노력에 더해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의 저작권 침해 대응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정부가 추진하는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에 대해 소개해달라.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박정렬=보호원은 범정부 차원의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대책 4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우선 신속하고 엄정한 대응을 위해 온라인 사이트 불법복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저작권 침해 종합 대응 시스템은 저작권 침해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저작권 보호 통계를 분석한다. 나아가 국민을 대상으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내년에는 분산된 국내·해외 침해대응 시스템을 통합하고, 범부처가 동참해 침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도 추가할 계획이다.

국제 공조수사 및 해외 침해 대응 협력망도 강화했다. 해외에서의 우리 콘텐츠 저작권 침해 모니터링에도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2023년부터 언어별 침해정보 수집 시스템을 개발했다. 올해부터 본격 운영 중이다. 시스템을 통해, 경고장 발송 주기를 분기별 발송에서 격월 발송으로 단축했다.

과학수사 기반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 문체부와 보호원이 공동으로 저작권범죄분석실을 설치했다. 올해 6월부터 포렌식 전문 인력을 배치,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향후 저작권범죄분석실 운영을 본격화해 디지털 수집증거 확인·분석 및 수사전략을 뒷받침하고 신종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겠다.

우리 사회 저작권 인식 전환을 위해 지난해 9월, 대국민 캠페인 슬로건 ‘저작권 보호 바로 지금(Copyright, Right Now)’을 선포한 후 다양한 홍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김원석 전자신문 부국장

◇사회=저작권 침해 기술 수준이 올라가면서 보호 기술도 개발돼야 한다고 본다.

◇박정렬=우리 기업에게 저작권 보호 기술 도입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보호원은 ‘한류콘텐츠 저작권 보호기술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최근 3년간 총 16개 업체가 각각 11억 5000만원의 정부지원금 혜택을 받았다. 포렌식 워터마킹·해시값 추출·DRM 등 다양한 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현재 개발돼 있는 보호 기술을 지원하거나, 혹은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관 협력 기반의 보호 정책 방향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 역시 필요하다. 그래서 올해부터 ‘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을 운영 중이다.

◇이성엽=저작권 보호 미래 포럼은 산업계·기술계·학계·법조계 등 저작권 분야 전문가 23명을 오피니언 리더로 구성했다. K콘텐츠 산업 보호를 위한 저작권 보호 전략 및 저작권 침해대응 관련 법·제도 개선을 주요 의제로 선정해 논의 중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 저작권 보호 전략’, ‘저작권 보호의 행정적 규제’, ‘해외 저작권 보호 체계 강화 전략’을 주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포럼을 통해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지향적 저작권 보호를 위해 나아갈 길을 모색할 방침이다.

전자신문은 연중기획 'K저작권 권리장전' 4회차로 현업 전문가들과 함께 K콘텐츠와 저작권 보호의 미래를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 현안과 해결책을 짚어봤다.

◇사회=AI가 저작권에서 화두다. ‘EU(유럽연합) AI ACT(인공지능 위험성에 대비한 규제 법안) 등 세계 각국이 AI 규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AI 시대에 저작권 보호 체계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김병일=AI, 빅데이터 정보분석 등 기술 발전 영향으로 디지털 콘텐츠 불법 유통이 다변화·지능화·국제화되는 추세다. 단속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해외 서버 기반 토렌트, 스트리밍,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불법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다. 가상사설망(VPN),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사이트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불법 이용 증가와 해외 불법사이트 단속 및 차단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다.

챗GPT 등 생성형 AI 기술의 일상화·보편화로 AI와 관련된 이슈는 저작권 보호의 측면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3월 유럽연합은 세계 첫 AI 규제법인 AI Act를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서는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두 가지 의무, 즉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에 대한 권리자의 옵트아웃(Opt-out) 의사 존중과, AI 학습에 이용된 데이터에 대한 투명한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AI 산출물 표시제도 도입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AI 산출물에 관한 저작권 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저작물 창작, 유통 및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는 법·제도, 정책 등 새로운 보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문체부와 보호원 그리고 위원회가 함께 워킹그룹을 통해 AI-저작권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 사례를 살피면서 우리나라 현실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법·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

◇이성엽=AI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측면에서도 활용되길 바란다. ‘저작권 침해 종합대응 시스템’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면, AI가 새로운 저작권 침해 유형을 스스로 학습해 실시간 탐지·분석해 보다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우리 한류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정부가 저작권 보호 종합대응 시스템 고도화에 관심을 갖고, 보다 과감하게 투자할 것을 기대한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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