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수련병원 전공의 이탈 사태 해결 방안으로, 전공의들에게 사직을 허용하며 선택권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막아왔던 전공의들의 사직을 허용하게 되면 수련병원 복귀나 병의원 취업이 가능해져, 의료공백을 최소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공의 이탈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전공의 이탈이 100일을 넘긴 가운데 4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현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의 전공의 공백 상황에 대한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조 장관은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며 “환자와 국민, 그리고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진료 공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내린 결단이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반발해 2월 20일부터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떠났다. 이후 정부는 수련병원에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중단이라며,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이탈 전공의들은 다른 의료기관에 재취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정부는 의료계 내부에서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하면 전공의들이 개별적으로 복귀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됐다.

복귀하지 않고 사직하기로 결정하면 일반의로 개원가 등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추후 다른 수련병원에 전공의로 다시 들어갈 수 있다. 정부는 사직서 수리 허용으로 장기간 계속되는 수련병원 전공의 공백 사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주위 눈치 때문에 혹은 계기가 없어서 복귀를 못 하는 전공의들이 소속 병원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이탈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도 재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탈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긴 경우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절차를 밟아왔다.

정부는 1만여명에 달하는 이탈 전공의에게 순차적으로 행정처분 사전통지를 하고 의견을 청취해왔지만, 3월 말부터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 해당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전공의 대부분이 병원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레지던트 출근율은 8.4%(1만509명 중 879명)에 그쳤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이탈 전공의 면허정지가 의료현장 안정과 의료개혁 추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실제 면허정지 효력은 ‘유예’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정부의 기대와 달리 의료현장 복귀를 거부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전공의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저도 마찬가지지만 애초에 다들 사직서 수리될 각오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사직서 쓰던 그 마음 저는 아직 생생하다.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으로 지금까지 유보됐을 뿐이다”고 전했다.

이어 “무언가 발표가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달라진 것은 없다”며 “저는 안 돌아가며, 잡아가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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