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위험 평균 59.7% 늘어

이자 부담에 대출의 질 악화

몸집 불리는 부실 처리 비용

금리 인상 이미지. ⓒ연합뉴스 금리 인상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5대 은행에 잠재된 금리 리스크가 최근 1년 동안에만 1.5배 넘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금리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악화되고 있는 대출의 질이 은행 건전성에도 악재가 되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연체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급격히 불어나는 부실대출 처리 비용은 은행권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직전 1년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금리부 자본변동(이하 금리 EVE)은 평균 59.7% 늘었다.

금리 EVE는 금리 변동으로 은행의 자본에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예상 위험을 수치화 한 지표다. 금리의 ▲평행상승 ▲평행하락 ▲단기하락·장기상승 ▲단기상승·장기하락 ▲단기상승 ▲단기하락 등 여섯 가지 금리 충격 시나리오에 따른 리스크를 계산한 뒤, 이 중 은행 자본에 제일 큰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 케이스를 최종 결과로 삼는다.

은행별로 보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금리 EVE 증가율이 85.2%로 최고였다. 나머지 은행들의 해당 수치도 ▲농협은행 84.5% ▲국민은행 71.5% ▲하나은행 48.7% 등 순으로 늘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금리 EVE만 29.3% 줄었다.

은행권의 금리 리스크가 커진 배경에는 흔들리는 대출 건전성이 자리하고 있다. 대출 이자율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이로 인해 빚을 제 때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많아지면서 고금리가 은행에도 악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금리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한은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손을 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은행들은 본격적으로 부실채권 정리 작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5대 은행이 올해 1~3분기 상각하거나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3조29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3% 급증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이나 매각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주하고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부실채권 매각은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더라도 부실채권은 한 동안 확대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며 “은행들의 고금리 리스크 관리는 내년에도 내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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