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네덜란드 순방길에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일 3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며 ‘반도체 성과’를 강조했다. 특히 이번 일정을 통해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술 우선권과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5일 오전 3박 5일간의 네덜란드 일정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이 회장은 이날 오전 7시3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는 길에 취재진들과 만나 ‘이번 순방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냐’는 질문에 “(이번 순방 성과는)반도체가 거의 90%였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1일부터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일정에서 ‘슈퍼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약 1조원 규모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연구개발(R&D)센터를 국내에 설립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SML이 반도체 제조 기업과 해외에 R&D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제조분야 글로벌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와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ASML이 미래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는 평가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장비는 대당 가격만 2000억원을 훌쩍 넘지만 연간 생산량이 극히 부족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치열한 장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려면 EUV 장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번 ASML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양산에 필요한 EUV 활용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이날 직접 일정에 동행했던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을 불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경 사장은 “이번 MOU는 경기도 동탄에 공동 연구소를 짓고 ‘하이 NA EUV 노광장비’를 들여와 ASML 엔지니어와 삼성의 엔지니어가 함께 기술 개발하는 게 주목적”이라며 “이를 통해 ‘하이 NA EUV’에 대한 기술적 우선권을 삼성전자가 갖게 될 것 같고 장기적으로 D램 등에서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본격 출시되는 ASML의 차세대 EUV 장비 ‘하이 NA’는 1나노 미만의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로 꼽힌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TSMC를 추격하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선 이번 ASML과의 협력을 통해 초 미세공정 경쟁에서 추격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번 협력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싸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 사장은 이날 ‘경쟁사보다 EUV를 빨리 들여올 수 있게 된 것이냐’라는 질문에 “그런 관점보다는 공동 연구를 통해 ‘하이 NA EUV’를 더 잘 쓸 수 있는 협력 관계를 맺어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순방이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툴(도구)들이 있지만 EUV가 가장 중요한 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반도체의 공급망 입장에서 굉장히 튼튼한 우군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날부터 각 사업부문별로 내년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 중이다. 경 사장은 오는 19일 DS 부문 전략회의에 참석해 ASML과의 협력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하고 세부 계획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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