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용대출 1년 새 30조 이상 감소

고금리에 수요 위축·심사 강화 영향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 기업고객 창구.ⓒ뉴시스 서울시내 한 은행 영업점 기업고객 창구.ⓒ뉴시스

국내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최근 1년 동안에만 30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들의 수요가 감소하고 은행권에서도 관련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이 같은 추세가 반전될지 관심이 모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지방·특수은행 등 국내 17개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말 기준 309조966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2%(31조3869억원) 감소했다. 혁신·중소기업들은 기술신용평가사(TCB)에 기술성 평가 등급을 받아 은행으로부터 관련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38조2850억원으로 20.0% 줄어들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우리은행(35조5588억원·-19.2%) ▲하나은행(38조1211억원·-10.4%) ▲신한은행(43조3604억원·-9.1%)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방은행과 특수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개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5조5030억원으로 4.9% 줄었다. Sh수협·NH농협·KDB산업·한국수출입·IBK기업 등 5개 특수은행도 129조446억원으로 2.4% 감소했다.

이처럼 은행권의 기술신용대출 공급이 감소하는 배경에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올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크게 뛰면서 기업들의 수요가 꺾인 것이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이 지난 8~10월 두 달간 새로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의 평균금리는 5.21~6.57%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상·하단 모두 1%포인트 가까이 뛴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기술기업에 관한 대출 공급을 늘려왔다. 실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2019 말 205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25조9611억원으로 2년 새 120조4611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오르는 등 건전성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자 은행들이 보수적 대출 취급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부터 기술금융 가이드라인을 강화해 시행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금융 지원 대상에서 기술 연관성이 적은 일부 기업들이 제외된 탓이다.

다만 내년에는 이 같은 추세가 반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 연준이 내년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미국과의 보폭을 맞추기 위해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기업대출 금리가 하락하면 관련 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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