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진했던 PC, 모바일 등 글로벌 수요 내년 회복

조 단위 ‘적자’ 삼성·SK, ‘AI 훈풍’ 힘입어 손실 만회 전망

D램은 HBM 등 견인 반면 낸드는 재고 여전…내년 말 적자 탈출 가능성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2023년은 유례 없는 반도체 불황으로 제조사들이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한 해였다. 삼성·SK·마이크론 등 메모리 제조사들은 궁여지책으로 감산을 택했고 재고 줄이기에 안간힘을 썼다. 올 여름 피크를 찍었던 재고는 하반기부터 서서히 완화돼 내년에는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늘고 있다.

전반적으로 반도체 한파가 극심했지만, AI(인공지능) 시대 개화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관련 제품이 크게 주목을 받은 한 해이기도 했다. AI가 차세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그간 주춤했던 모바일, PC, 서버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내년에는 반도체 산업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D램 중심으로 이익 개선이 예상지만, 낸드는 내년 말까지는 반등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간 기준 메모리 3사는 대규모 영업적자가 불가피하다. 3분기 누계로만 약 27조원의 손실을 봤고, 4분기에는 일부 흑자가 예상되나 누적된 적자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금리·고물가로 고객사들이 너도나도 구매를 줄이면서, 제품 가격이 추락했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가격은 1년 새 30% 떨어졌고,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도 저점에서 답보 상태를 이어갔다. 판매 직격탄을 맞은 제조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감산을 택했다.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도 결국 백기를 들고 올해 초부터 생산량을 축소했다.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은 올해 내내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감산하겠다’, ‘하반기 반등을 예상한다’, ‘고부가 제품을 늘리겠다’ 등을 언급하며 공급 축소·가격 방어·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등에 중심을 뒀다. 그럼에도 모바일, PC 등 주요 응용처별 수요가 따라주지 않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부진 속에서도 AI 관련 수요가 늘어난 것은 메모리 제조사들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GPU(그래픽처리장치), HBM 수요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술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와 삼성은 앞다퉈 HBM3 공급을 늘리며 수익 확보에 나섰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생성형 AI 붐에 힘입어 D램 사업이 3분기 흑자로 돌아서는 성과를 냈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내년에는 빅테크들이 구조적 투자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은 자체 AI칩을 만들겠다며 이 시장 지배력이 큰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 AI칩에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를 지원하는 HBM 등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기에 메모리 제조사에게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모바일에서도 삼성이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한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출시를 밝히면서, 반도체 탑재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늘고 있다. PC 역시 교체 수요가 도래하는 등 여러가지 호재 요인으로 메모리 반도체 출하는 올해 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업연구원은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글로벌 IT 시장은 생성형 AI 확산, IT 기기 수요 개선으로 올해 보다 8%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IT 시장 성장세는 내년 수요 회복에 힘입어 4.8% 증가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진단이다. 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시장은 각각 10.4%, 13.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

이 같은 증가세에 힘입어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HBM 시장이 올해 20억 달러(매출)에서 내년 33억 달러, 2025년에는 49억 달러로 폭풍 성장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2022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36.3%에 달할 것으로 진단했다.

전반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고, HBM·DDR5 등 고부가 제품 전환 속도가 빨라지게 되면 제조사들은 업황 부진을 딛고 재도약 계기를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누적된 수십 조원의 적자를 만회하는 동시에, 차세대 메모리 시장 장악력을 더욱 확대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낸드의 경우 D램과 달리 재고 감축 속도나, 수요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딜 것으로 보인다. D램과 달리 낸드는 제조사들이 많아 가격 경쟁이 치열한 것도 부진 원인으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경기 자체는 지금 락바텀(최저점) 형태를 벗어나는 단계”라며 “D램은 나아지고 있지만, 낸드 쪽은 아직 거의 잠자는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낸드 회복 속도가 제조사들의 부진 탈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한신평은 “낸드 업계의 과중한 재고부담 등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는 단기간 내 낸드 부문에서의 흑자전환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낸드 부문 실적 개선 시점 및 솔리다임(인텔 낸드사업부)과의 시너지 창출 등 본원적인 사업경쟁력 수준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인더스트리 크레딧 아웃룻’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반도체는 D램 중심으로 수익성 개선을 예상했다. 한기평은 “D램은 올 하반기부터, 낸드는 내년 하반기부터 수급 개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PC 및 모바일 교체 수요, 메모리 탑재량 증가 및 서버용 AI 수요 성장세로 내년 메모리 시장 규모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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