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후 시한폭탄 1년…“터질 게 터졌다”

연체율 업권 최고…부실 사업장 과감히 정리해야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데일리안DB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데일리안DB

중견건설사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연쇄 부도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불씨가 금융권으로 옮겨 붙으면서 자금을 빌려준 증권사들도 손실 우려로 인해 좌불안석이다.

KB증권·하나증권·현대차증권·미래에셋증권·대신증권 등 단기차입금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곳들은 물론이고 사업 개발에 관여한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과 조성한 2800억원 규모 펀드(한투 2000억원 납입)의 만기가 내년 3월 도래하는데 태영건설이 소유한 골프장을 담보로 잡은 상황이다.

문제는 분양시장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태영건설의 PF 위기가 다른 건설사로 전이되거나 하도급 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경우 부실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PF 부실 리스크는 건설사뿐 아니라 전 금융권에 걸쳐져 있는 만큼 연쇄적인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어 우려된다.

특히 비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상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4조3000억원, 연체율은 2.42%였다. 업권별로 보면 이 중 증권의 대출잔액은 6조3000억원 정도지만 연체율이 무려 13.85%에 달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말 레고랜드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PF 부실 위험은 올해도 증권업계 전반을 짓누르며 잠재적인 시한폭탄으로 여겨졌다. 업계에선 이번 태영건설 사태가 예고된 위기인 데다 연말에 이르러서야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PF발 위기가 증권업계로 전이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를 차단하려면 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과감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 각 증권사별로 PF 부문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시장 전체의 위험에 맞서기엔 취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PF 정상화를 위한 금융권의 펀드 조성 등 지원 정책이 이어지고 있으나 적잖은 비용이 소요돼 이런 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이번 사태로 내년에는 PF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위기에 처한 만큼 이제라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는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 노력을 유도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보다 과감한 옥석가리기에 들어가야 할 때다. 업권 전반의 위기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끌고 갈 수는 없다. 일부 부실 기업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전략을 통해 더 큰 위험이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나친 위기론은 경계해야 하지만 지금은 경계심을 갖고 상처를 도려내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털어낼 것은 어느 정도 털어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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