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한숨 돌린 환율·물가…'지정학 리스크는 변수'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기업들이 올해 기업 활동에 적정한 환율을 달러당 1270원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환율이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환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습이다.

2일 서울경제신문과 한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가 공동으로 국내 500대 기업(101곳 응답)의 기획·재무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경영 설문 조사 결과 기업들이 생각하는 올해 적정 환율 평균값은 1270원으로 나타났다.

적정 환율에 대해서는 1200~1250원이라는 응답 비중이 28.7%로 가장 높았고 1250~1300원(25.7%), 1150~1200원, 1300~1350원(각 10.9%)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1256.3원,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이 1261.4원, 도매 및 소매업 1265원, 제조업 1266.3원 등으로 적정 환율 수치가 비교적 낮았다. 반면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 사업(1283.3원)과 운수업(1300원) 등은 상대적으로 높게 답했다.

기업들이 전망하는 올해 환율 평균 수준은 1282.9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외 금융회사의 연간 환율 전망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환율이 1분기 1280원에서 4분기 1200원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고 KB증권은 환율이 1분기 1310원에서 4분기 124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환율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할 때 받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업 중 절반(50.5%)이 ‘원자재 수입비용 증가로 이익이 감소한다’고 응답했다.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개선으로 이익 증가(25.7%), 해외투자 계획 차질(5%), 해외 채무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4.0%)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환율 하락 시에는 ‘원자재 수입비용 감소로 이익이 증가한다’고 응답한 기업이 45.5%에 달했다. 해외시장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이익 감소(25.7%), 해외 채권 원화 평가 가치 하락으로 재무구조 악화(15.8%)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유불리가 확연히 갈렸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민감한 제조업(60.4%),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 사업(83.3%), 건설업(50%) 등은 환율 상승에 따라 이익이 감소한다는 응답 비중이 높았다. 반면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도매 및 소매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서는 이익 증가 답변의 비중이 각각 50%, 36.4%로 높게 나타났다.

적정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값은 2%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을 소폭 밑도는 수치다. ‘2~2.5%’ 응답 비중이 38.6%로 가장 높았고 ‘1.5∼2%(35.6%)’ ‘1~1.5%(12.9%)’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분쟁과 미국 정책 변환 같은 변수로 환율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펴낸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불확실성 요인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산 우려는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 요인”이라며 “유가 급등 동반 시 인플레이션 지속이 미국 고금리 기조를 유지시키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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