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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중소도시에서 아파트 ‘갭투자'(전세 끼고 매입)가 활발하다. 지난해 초부터 경기 화성·평택·수원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 몰렸던 갭투자 수요가 최근 들어선 충남 아산·천안시와 경남 김해시 등 지방으로 옮겨간 분위기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세입자가 내는 전세금만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수도권은 집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시세 차익 기대가 줄어든 반면, 산업단지 등 직주근접 수요가 많은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전셋값 상승으로 갭투자 여력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4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이날까지 전국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충남 아산시(30건)로 조사됐다. 이어 충남 천안시 서북구(26건), 인천 서구(23건), 경기 김포시(23건), 경남 김해시(23건) 순으로 집계됐다. 아실은 아파트 매매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3개월 내 임대 목적으로 전·월세 계약을 맺으면 갭투자 거래로 분류한다. 지난해 갭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경기 화성·평택·수원시에서 최근 갭투자가 급감한 것과는 반대 양상이다.

지방 갭투자는 주로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아산시 장존동 청솔아파트 전용면적 39㎡형은 지난달 5일 5200만원에 매매된 뒤 같은 달 21일 45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전셋값과 매매가격 차이가 700만원에 불과했다. 아산시 방배읍 신라아파트 전용 49㎡형의 경우 작년 11월 3일 6950만원에 매매 거래된 뒤 같은 달 29일 6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집주인이 950만원으로 집을 산 셈이다.

무자본 갭투자 사례도 적지 않다. 천안시 현대3차아파트 전용 59㎡형은 지난해 11월 22일 1억5000만원 매매된 뒤 다음달 7일 1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자기자본 한 푼 없이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김해시 삼문동 젤미마을1단지 부영 전용 47㎡형도 지난달 1억300만원에 팔린 지 2주 후 같은 가격에 전세로 세입자를 받았다.

심지어 ‘마이너스 갭투자’ 사례까지 등장했다. 김해시 삼문동 젤미마을 1단지 전용 47㎡형은 8000만원에 매매 거래된 뒤 96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천안시 두정동 D공인 관계자는 “지방 중소도시에는 농공단지와 산업단지 등 직주근접 수요가 풍부한 데다, 집값이 수도권보다 저렴해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도 아파트 갭투자 사례가 많은 원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매가격은 내리고 전셋값은 오르는 상황에서 갭투자가 활성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지방 부동산시장에서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몇 년간 눌렸던 집값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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