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에만 8000억 가까이 증가

예·적금 자금 이탈에 수요 감소 전망

은행 자동화기기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뉴시스 은행 자동화기기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뉴시스

국내 5대 은행이 예·적금에 예치된 자금을 담보로 내준 대출 규모가 최근 한 해 동안에만 8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9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고금리 수신 경쟁으로 예·적금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이를 활용한 대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미국의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예·적금에 예치된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관련 대출 수요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예금담보대출 잔액은 9조3527억원으로 1년 전보다 8.8%(7577억원) 늘었다.

예금담보대출은 고객이 예·적금에 예치한 자금을 담보로 최대 95%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이자율은 수신 상품 금리에 연 1.0%포인트를 더해 결정되며, 담보가 있는 만큼 신용대출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2조763억원으로 20.6%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국민은행(1조9368억원·13.6%) ▲신한은행(1조8279억원·8.1%) ▲하나은행(1조9577억원·3.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농협은행만 1조5540억원으로 1.5% 소폭 감소했다.

앞서 2022년 말 금융권의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채권 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우량물(신용등급 AAA) 위주로 자금이 몰릴 경우 유동성 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은행들은 대안으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최고 연 5%대, 적금은 연 10%대를 기록하는 등 자금 유치 경쟁이 과열됐다. 이에 예·적금 규모가 불어나면서 이를 활용한 대출 취급 규모도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고금리 수신 경쟁에 신용대출 금리가 최고 7%대까지 치솟은 점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예금담보대출은 신용대출과 달리 고객의 예·적금을 담보로 잡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 메리트가 높다.

다만 앞으로는 이 같은 추세가 반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예·적금에 몰렸던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 금리 인하 전망이 시장금리 하락을 이끌면서 은행들의 정기예금 이자율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예금 금리 산정에 기준이 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5일 기준 3.638%로 지난해 5월 11일(3.63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연 4%대 이자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연 3.50%~3.90%를 기록하며 일제히 3%대로 밀렸다. 금리 매력이 떨어지자 예·적금에 예치됐던 자금은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49조2957억원으로 전월 대비 19조4412억원이나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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