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인텔 등 메가 팹 구축 위한 수십조 단위 투자 예상

삼성·SK도 HBM 등 차세대 반도체 투자 규모 늘릴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TSMC가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공장건설 현장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TSMC가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짓고 있는 공장건설 현장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새해에도 반도체 투자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첨단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중심으로 올해 투자 규모가 역대급을 기록할 지 관심이다.

메모리에서는 압도적인 생산 규모를 가진 삼성·SK이 ‘규모의 경제’를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며, 파운드리에서는 국내 기업 뿐 아니라 TSMC·인텔 등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공급망 확대를 위해 많게는 수 십조 단위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달 중·하순 예정된 실적 발표회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힐 전망이다.

오는 18일 콘퍼러스콜을 갖는 TSMC는 이날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올해 1분기 매출·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제시한다. 이번 예상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올해 반도체 업황을 가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 설비투자(CAPEX) 규모도 내놓을 예정이어서 올해 반도체 투자 레이스도 본격화된다.

앞서 TSMC는 지난해 1월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320~360억 달러(약 42~48조원)로 제시한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10월 “올해 자본 지출로 계획한 320억 달러 투자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첨단 공정에 70%, 특수 공정에 20% 투자하겠다고 했다. 설비 투자를 가이던스 하단에 맞춘 것은 작년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과 달리 반도체 업황 개선이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각국의 투자 로드맵 발표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신규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금액을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일본 구마모토현에 첫 공장을 완공한 TSMC는 올해 같은 지역에 제2공장을 착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2공장 예상 투자액만 2조엔(약 18조원)으로, 일본 정부가 9000억엔(약 8조원)의 보조금을 투입할 것으로 봤다.

이로써 TSMC는 1공장에서는 12·16·22·28nm(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생산라인을, 2공장에서는 6nm 생산라인을 구축해 첨단 제품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는 총 400억 달러(약 53조원)를 들여 애리조나에 피닉스 1·2공장을 짓는 중이다. 각 공장에서는 4nm와 3nm 반도체 칩이 생산된다. 1공정 팹은 내년 가동이 목표로, 올해에도 건설과 장비 반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애리조나주는 TSMC와 피닉스 공장 프로젝트에 패키징 능력을 추가하는 문제를 협의중이다.

유럽에서는 NXP, 보쉬, 인피니언 등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독일에 100억 유로(약 14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신설 계획을 두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인텔 본사 앞에 있는 로고.(자료사진)ⓒ로이터/연합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인텔 본사 앞에 있는 로고.(자료사진)ⓒ로이터/연합

인텔의 투자는 더욱 거세고 공격적이다.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발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글로벌 각 지역에 손을 뻗치고 있다. 우선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반도체팹은 내년 양산이 목표로, 총 200억 달러(약 26조원)를 투입한다. 애리조나 공장은 인텔이 목표로 하는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의 대표 거점으로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 오하이오, 이탈리아, 폴란드, 독일,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 세계 여러 지역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짓거나 계획하고 있다. 독일에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300억 유로(약 43조원)를 투자해 2개의 반도체 팹을 건설한다. 이스라엘에도 250억 달러(약 32조원)를 투입해 반도체 팹 건설에 나선다. 아일랜드와 폴란드에는 반도체 패키징을 위한 후공정 시설을 건립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열기에 못지 않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행렬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AI 시대’ 개화로 HBM,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등 첨단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다, TSMC와 인텔의 파운드리 확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작년 시설 투자가 반도체에서만 47조5000억원으로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평택 3기 마감, 4기 골조 투자 및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연구개발)용 투자 비중 확대가 이뤄졌다.

특히 HBM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 등 신기술 투자도 병행됐다. 올해에도 AI용 반도체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부사장)은 최근 열린 CES에서 “올해와 내년 HBM 생산량을 전년 대비 각각 2.5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AI 기술 확산으로 늘어나는 HBM 수요를 겨냥한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AI용 최첨단 메모리 솔루션ⓒ삼성전자 뉴스 삼성전자 AI용 최첨단 메모리 솔루션ⓒ삼성전자 뉴스

파운드리에서는 평택 생산능력 확대가 주축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평택 3라인에서 모바일 등 다양한 응용처 파운드리 제품 양산에 나섰다. 지난해 말 완공한 미국 테일러 1라인의 경우 올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삼성은 현재 GAA 기반 3nm 1세대(SF3E)를 양산중이며, 2nm에서는 모바일향 중심으로 2025년 2nm 공정(SF2)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향, 2027년 오토모티브향 공정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로드맵에 발 맞춘 생산시설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작년 7월 열린’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삼성 파운드리 12인치 28nm 부터 GAA 적용한 최선단 공정 2나노 기반의 공정을 준비중”이라고 언급했었다.

지난해 유례 없는 반도체 불황으로 투자 규모를 절반 이상 축소한 SK하이닉스는 올해 AI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SK하이닉스 투자 규모는 19조원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0조원을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HBM 등 AI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D램 사업이 흑자로 전환됐다. 4분기에는 가파른 D램 이익 개선에 힘입어 전사 흑자를 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에 올해는 이익 개선을 주도할 최첨단·초고성능 제품을 위주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곽노정 사장은 올해 CES 무대에서 메모리 산업 리딩 전략으로 ▲AI 고객들이 사용 중인 HBM3/3E ▲최고 용량 서버용 메모리인 하이 캐파시티(High Capacity) TSV DIMM ▲세계 최고속 모바일 메모리인 LPDDR5T ▲세계 최고의 퍼포먼스(Performance) 메모리인 DIMM 등 다양한 초고성능 제품을 언급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시대에 세계 최고 메모리를 적기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반도체 업체들은 이달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투자 계획과 더불어 차세대 반도체 제품 기술력 과시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SK는 지난 3분기 설명회에서 HBM의 높은 수요로 올해 물량이 완판됐다고 밝히며 경쟁 우위를 과시한 바 있다. HBM, CXL 등을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로드맵 전략이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SK하이닉스AI미디어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8일(현지시간)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SK하이닉스AI미디어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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