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전문 거래원이 증시 상황을 살피며 거래를 진행 중이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6.36포인트(0.25%) 하락한 37,905.45로 거래를 마쳤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4.17포인트(0.29%) 상승한 4,864.60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65.66포인트(0.43%) 뛴 15,425.94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날 사상 처음으로 3만8000을 넘어섰고, S&P500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는 그러나 하루 만에 3만8000 아래로 밀렸고, S&P500지수는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로이터]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미국 증시에 대한 ‘서학개미’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보관액 중 미국 증시 비중이 90%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권 증시에선 ‘버블(거품) 경제’ 이후 34년 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연이어 경신 중인 일본 증시가 국내 투자자들의 2순위 투자처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가운데, 한때 해외 투자 비율 1위를 기록했던 홍콩 등 중화권 증시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해외 주식 보관액 중 88.7%는 美=2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해외 주식 보관액 746억2430만달러(99조8846억원) 중 미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88.7%(661억9495만달러, 88조6019억원)에 달했다. 이는 한국예탁결제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11년 1월만 해도 국내 투자자의 전체 해외 주식 보관액 중 미국의 비율은 17.4%에 불과했다. 이후 2021년 1월 80.7%를 기록한 이후 전체 해외 주식 보관액 중 미국 증시 비율은 지난 2022년 12월(79.9%) 한 달을 빼놓고는 줄곧 8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연도별 순매수 상위 50개 종목의 국가·지역별 구성을 보더라도 미국 증시 절대 우위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는 50개 종목 중 2개(일본 1개, 홍콩 1개)를 제외한 48개가 미국 증시 상장 종목이었다.

▶다우·S&P500 ‘역대 최고치’, 빅테크 초강세 행진 투심 자극=미국 증시에 대한 쏠림 현상이 더 강해진 데는 작년부터 이어진 미국 증시 강세 현상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증시 3대 지수는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작년 한 해만 43.42% 상승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M7)’으로 불리는 애플(2023년 주가 상승률 48.18%), 마이크로소프트(MS, 56.80%), 테슬라(101.72%), 알파벳(58.32%), 엔비디아(238.87%), 아마존(80.88%), 메타플랫폼(194.13%) 등 대표 기술주 7개 종목의 강세가 나스닥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 밖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24.23%),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3.70%) 등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서학개미의 투심을 자극했다.

올 들어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적용한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미 증시가 연초부터 탄력을 받은 것도 서학개미의 미국 러시에 탄력을 붙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우지수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상 최초로 3만8000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S&P500지수는 23일(현지시간) 4864.60으로 하루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을 또 한 번 갈아치웠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홍해 물류대란’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미국 증시는 첨단 기술에 올라탄 M7의 쾌속 질주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日 급부상 vs 中·홍콩 급락…“中 372조원 증시 투입도 역부족”=아시아권 증시에 대해 눈여겨볼 점은 ‘일학개미’의 부상과 ‘중학개미’의 몰락이란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올해 1월 기준 전체 해외 투자 주식 보관액 중 일본 증시 비율은 5.1%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홍콩(2.1%), 중국(1.2%) 순서로 따랐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일본 증시 비중이 0.6%포인트 늘어난 데 비해 홍콩은 2.1%포인트, 중국은 1.7%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주식 보관액의 변화를 살펴보면 추세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일본의 경우 1년 사이 주식 보관액이 33.9%(29억4398만→38억886만달러)나 늘어난 반면, 홍콩과 중국은 각각 40.9%(26억1987만→15억4789만달러), 48.3%(18억291만→9억3137만달러)씩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중화권 주식 보관액 감소는 단순히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액 저하 뿐만 아니라, 순매도에 따른 것이란 것도 수치를 통해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22일까지 중국 증시에서만 876만달러(117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과 중화권 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투심은 현재 추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매수세가 확산 추세에 놓여있어 과열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별로 없는 데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기조 동결 분위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만큼 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며 “그만큼 일본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 역시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화권 증시에 대해선 중국 정부의 과감한 주가 부양 정책이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반등이 힘들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포비아(phobia·공포증)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 증시 패닉 국면은 경기 침체 심화, 미진한 정부 정책 우려, 부동산발 부채 리스크 확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짚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 당국자들이 2조위안(약 372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화기금’‘을 조성해 중국 증시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나오며 홍콩, 중국 증시가 반짝 상승했다”면서도 “부동산 위기 소비자심리 침체, 외국인 투자 급감, 중국 기업 신뢰 하락 등 중국 경제·금융에 대한 강한 하방 압력이 여전한 만큼 중학개미의 투심 약화 추세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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