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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계열 증권사 중 KB증권의 실적이 단연 돋보였다. 리테일·세일즈앤트레이딩(S&T)·WM(자산관리) 등 대부분의 사업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2022년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그룹 실적 개선에 큰 힘이 되지 못했다. 부동산 PF 충당금 등 각종 일회성 비용들이 수천억원 발생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다.

특히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S&T 수익 성장과 더불어 ECM(주식발행시장)·DCM(채권발행시장) 등 전통 기업금융(IB) 부문에서 선방해 부동산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에서 발생한 손실을 방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증권은 IB를 제외한 여타 사업 부문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그룹 성장에 부담이 됐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빅3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KB·신한투자·하나증권 중 KB증권만이 유일하게 호실적을 나타냈다. 반면 신한투자·하나증권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한 사적화해와 부동산 금융 관련 충당금 적립 이슈 등으로 전년보다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 쳤다.

KB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3896억원으로 전년(1878억원) 대비 107.5% 증가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작년 4분기 1067억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쌓으면서 IB 부문 수익이 줄었지만, 상품운용을 담당하는 S&T 부문 성과를 통해 수익 성장을 이끌었다. KB증권은 2022년 상품운용에서 2350억원 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3633억원 이익을 달성하며 수익성을 회복했다. 수탁수수료도 지난해 일평균거래대금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22.9% 증가한 4495억원을 달성했다. 비즈니스별 고른 성장으로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 업황 악화에도 탄탄한 펀더멘털을 나타낸 셈이다.

신한투자증권은 IB를 제외한 전 사업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뒀지만, 당기순익(4125억원)은 전년 대비 75.5% 급감했다. 이는 지난 4분기 그룹 차원에서 3506억원 규모의 선제적 충당금을 쌓은 데다, 젠투신탁·라임펀드 관련 사적화해로 충당부채(약 1200억원)를 적립한 영향이 컸다. 또 2022년 본사 매각에 대한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위탁매매·WM·자기매매 등에서는 모두 전년 대비 15%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한 만큼, 업계에서는 일회성 요인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전통 IB인 ECM·DCM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KB증권은 DCM 부문 전체 실적에서 1위라는 기염을 토했고, 신한투자증권은 IB 전문가인 김상태 대표이사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DCM 부문 회사채 연간 주관 실적에서 5조6053억원을 기록, 4위로 올라섰다.

하나증권은 3대 금융지주 증권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며 2708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9년부터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던 것이 추후 고금리 기조와 맞물리면서 큰 손실로 돌아온 셈이다. 하나증권의 부동산 관련 충당금 등 전입액은 2126억원이며, 이는 전년 대비 43.5%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증권은 경쟁사와 달리 WM·운용부문에서도 작년 3분기까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충당금 이슈로 발생한 손실을 방어할 만한 대체 수익이 없었다는 얘기다.

한편, 올해도 부동산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들 3사는 전통 IB를 중심으로 수익 회복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 WM자산규모(펀드·투자일임·특정금전신탁 등)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WM 부문 수익 확보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증권은 지난해 일회성 비용들을 크게 털어냈다는 점에서 올해는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리테일·WM·IB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성장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IB 부문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부동산 이외의 전통 IB와 WM 부문을 통해 수익을 제고하려는 기대가 분명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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