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국내 증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기대감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6%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예상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실망 매물까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이익 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수출 개선세가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국내 증시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부터 29일까지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5.82%, 7.97% 상승했다. 정부가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수급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외국인은 국내증시에서 8조241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6조6860억원, 8940억원을 팔아치운 행보와 대조적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로 인공지능(AI) 랠리가 펼쳐지면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관련 종목이 많은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보다 더 크게 올랐다.

같은 아시아권에선 중국(심천종합·10.49%)·홍콩(항셍H지수·9.32%) 등도 연초 하락세 여파를 딛고 반등했다. 새해부터 부동산 위기와 경기 침체 우려로 내리막을 탔던 중국 증시는 최근 중국 정부의 잇달은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이달 초 1년3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인 나스닥종합지수(6.12%), S&P500지수(5.17%) 등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7.94%), 대만(6.02%), 유럽(4.93%) 등 주요 지수들도 나란히 역사적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선 금융주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현대차(1위)와 기아차(5위)를 각각 1조7060억원, 4870억원을 사들였다. 또 저PBR 업종으로 분류되는 금융주에선 하나금융지주(1900억원), 삼성생명(1610억원), KB금융(1490억원) 등을 집중 순매수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보험·은행 등 금융업종과 자동차, 유틸리티 업종이 1차 반등하면서 증시를 견인했다”며 “최근 10년 동안의 2월 외국인 평균 매수 금액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인도, 대만과 비교할 때도 강도 높은 외국인 매수세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도 다시 코스피를 기웃거리고 있다. 증시 주변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8일 기준 54조8684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기 직전일인 지난달 23일(53조 4207억원)과 비교하면 1조4000억원 넘게 늘어난 규모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등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자금이다.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어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린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다시 늘고 있다. 신용거래 융자의 잔고는 18조6127억원으로 지난달 19일 이후로 18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11일(18조7166억원) 이후 최대치다. 세부 종목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768억원), 포스코홀딩스(548억원), 현대차(486억원), NAVER(417억원) 등 순으로 ‘빚투’가 쌓였다. 코스닥 시장에선 알테오젠(342억원), 에코프로(315억원), HPSP(216억원), 에코프로비엠(210억원)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는 ‘밸류업’ 발표 이후 2차 수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재선 연구원은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를 제외한 품목들은 2월 들어 이익 추정치 개선세가 정체된 만큼, 수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3월 증시는 숨고르기 국면에 돌입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글로벌 증시가 고점 우려와 투자자들의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가 뒤섞인 데다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정책 방향을 가늠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현지시간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의회에 출석해 연준 통화정책 방향과 미 경제 흐름에 대해 증언한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한달 정도 전만 하더라도 3월 인하 시작, 연내 7회 인하를 기대하고 있던 시장 컨센서스는 이제 연내 3회 정도, 6월 인하 시작으로 많이 후퇴한 상태”라며 “최근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는 등 (시장 분위기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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