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에 설치돼 있는 중국산 풍력터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남아프리카에 설치돼 있는 중국산 풍력터빈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이른바 ‘신싼양(新三样, 태양광 패널·배터리·전기차의 3대 신 품목)’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수소산업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어우양밍가오 중국과학원 원사 겸 칭화대학교 교수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관춘포럼에서 “중국 전해조 제조업체들이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이어 전해조가 중국의 4대 친환경에너지 수출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꿈의 청정 에너지로 불리는 수소를 생산하는 핵심 장비인 전해조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산소와 수소로 전기분해(수전해)하는데 사용된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전해조로 생산한 수소는 ‘그린수소’로 불린다.

전해조는 알칼리성과 고체산화, 양성자교환막(PEM) 등 세가지로 나뉘는데,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알칼리성 전해조를 생산한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적어 기업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현재 200여개 기업이 알칼리성 전해조 사업에 진입해 있다. 중국 전해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다만 알칼리성 전해조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전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대부분 고체산화와 양성자교환막 전해조를 생산한다.

알칼리성 전해조 생산에 집중한 중국의 현재 전해조 생산 능력은 세계 최대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연간 전해조 생산 능력은 13.1기가와트시(GWh)에 달한다. 유럽이 10GWh로 뒤를 잇고 있으며 인도와 북미는 각각 4.3GWh, 3.1GWh다. 나머지 국가의 생산능력은 총 4GWh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IEA는 수소산업에 대해 “유럽과 미국이 정책 수립에 앞선다면, 중국은 설치와 응용을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수출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일례로 중국 전해조 생산 업체 궈푸수소에너지는 작년 1월 중동의 한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향후 4년 동안 5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전해조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밖에 룽지수소에너지, 파이루이수소에너지 등 기업들도 호주·인도 등 국가에 진출했다. 

중국 기업들은 중동·호주·인도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키운 후 유럽·미국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알칼리성 전해조는 유럽연합(EU)보다 70% 저렴하다는 가격 이점이 있지만, 유럽은 제품 안전 기준이 높아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업계 관계자는 “호주·인도·중동·남미 시장은 중국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훨씬 높다”며 “중국 기업이 이들 시장에서 먼저 대형 프로젝트와 좋은 성과를 거둔 후 유럽과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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