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이어 반도체·비만치료제 유사 상품 속출

점유율 확보에 혈안…저보수·유튜브 경쟁도 치열

인지도 강화에 매몰돼 펀드 매니저 역할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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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140조원으로 급성장하는 등 ETF가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하자 자산운용사들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신상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상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유사 ETF 속출에 상품간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으면서 ETF 성과의 핵심으로 꼽히는 운용역의 역할 중요도가 점차 낮아지고 마케팅에만 혈안이 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반도체와 비만치료제 등을 중심으로 유사한 ETF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지난해 2차전지를 중심으로 나타난 상품 베끼기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ETF는 지난 1월 우리자산운용의 ‘WOORI 반도체밸류체인액티브’를 시작으로 ‘SOL 반도체후공정’, ‘SOL 반도체전공정’, ‘SOL 미국AI반도체칩메이커’(이상 신한자산운용),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NH-아문디자산운용), ‘ACE 미국반도체15%프리미엄분배(합성·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출시됐다.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호황기’가 본격 도래하면서 반도체 업종을 기반으로 한 ETF에 투심이 몰리자 관련 상품이 다수 속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처음으로 국내 ETF 시장에 상장되기 시작한 비만치료제 관련 ETF도 마찬가지다. 올해 출시된 비만치료제 ETF는 총 3개로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2월 14일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 이후 약 2주 뒤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글로벌비만산업Top2+’(2월 27일),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2월 29일)를 잇따라 내놓았다.

세 상품 모두 글로벌 비만치료제 기업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편입 비중이 5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ETF간 차별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올 들어(1월 2일~5월 10일) 국내 ETF 시장에는 27개의 주식형 상품이 등장했는데 이 중 6개가 반도체, 3개가 비만치료제 섹터로 나타나며 이 두 종목에서 중복 상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ETF 시장에서 유사상품 등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는데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2차전지가 지난해 주인공으로 2차전지 종목으로 구성된 ETF는 지난해에만 총 7개가 출시됐다. 지난해 4월 신한자산운용이 ‘SOL 2차전지소부장Fn’ 상장하며 인기를 얻자 삼성운용·미래에셋운용 등이 하반기부터 유사 ETF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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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들이 ETF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 및 유지하기 위해 유사한 기초자산과 투자전략을 가진 상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는 ‘베끼기 관행’이 별다른 개선 없이 지속되면서 상품별 차별성은 부족해지는 실정이다.

상품간 차별화가 희미해진 탓에 운용사들간 견제가 심화되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운용사들은 타사와 유사한 상품 구조를 갖춘 ETF들의 총보수를 하향 조정하거나 이미 상장된 ETF보다 낮은 보수로 상품을 내걸고 있다.


운용사들은 저보수 외에도 투자자들과의 접점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거나 핀플루언서(금융투자 분야 영향력 있는 인물) 섭외 등을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넓히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운용사들이 상품 부각을 위한 마케팅에만 몰두하면서 ETF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운용역의 입지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운용역의 포트폴리오 설정에 따라 새로운 투자처를 발견하고 수익을 볼 수 있었으나 유사 ETF 증가로 저보수 혹은 친숙한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들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보수 경쟁으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이 꾸준히 투입될 경우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급변하는 자본시장 트렌드를 곧바로 따라가는 게 운용역의 역할이기에 전문 인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으나 저보수 메리트를 따라잡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사의 경우 펀드 매니저들이 편입 종목·매매 시점 등을 직접 결정해 운용하는 액티브 ETF에 승부수를 걸고 있지만 대형사의 인지도가 투심에 좀 더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며 “ETF의 핵심으로 꼽히던 펀드 매니저들의 역량이 저평가되면서 운용역들의 상심도 적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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