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금융지주들이 핀테크 및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한 상황에 지방은행이 가진 지역적·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대형 금융지주사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핀테크 분야에 접근하고 있다. 

핀테크 관련 이미지 / IT조선
핀테크 관련 이미지 / IT조선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그룹은 모바일 앱 브랜드인 ‘iM(아이엠)뱅크’를 시중은행명으로 활용하며 ‘디지털 전문 금융사’로의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2021년 DGB금융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핀테크 기업 ‘뉴지스탁’을 자회사로 인수한 바 있다.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이 당시 그룹 경영컨설팅센터장으로써 뉴지스탁 인수를 주도했기 때문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며 뉴지스탁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병우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기존 비즈니스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업무의 재구조화, 워크 다이어트, 새로운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IT회사를 만든다는 각오로 디지털 전환에 각별히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을 운영하는 JB금융지주도 지난해 7월 ‘핀다’의 지분 15%를 취득해 2대 주주로 등극한 바 있다. 이후 핀다와의 협업을 통해 여러 금융상품을 출시했고, 이는 전북·제주은행의 이자이익 증대로 이어졌다.

이런 움직임들은 지방은행이 갖는 지역적·공간적 한계를 핀테크 및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으로 극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제휴를 통한 금융상품 판매 채널 다변화를 넘어 함께 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반면, 주요 금융지주사는 핀테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주로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전략적 투자(SI)를 위한 펀드를 활용해 투자에 나선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디지털 사업 강화를 천명하며 핀테크 자회사인 ‘핀크’를 야심 차게 출범한 바 있다. 그러나 7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적극적으로 핀테크 사업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로우키(low-key·이목을 끌지 않도록 절제하는)’ 방식을 통해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핀테크사를 인수하는 것과 처음부터 설립해 운영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대부분 지주사는 실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벤처 캐피탈을 활용하는 등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핀테크에 접근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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