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증권사들의 실적 키워드는 ‘손실관리’다. 금리인하 기대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인한 국내 증시 거래대금 증가라는 호재가 발생했음에도, 투자·보유자산 손실이 발생한 증권사들은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선반영한 평가손실·충당금 효과가 1분기에 나타나면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예전에 투자했던 자산과 보유 인수금융 등에서 손실이 발생해 수익성이 뒷걸음질 쳤다.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손실 가능성과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은 올해 증권사들을 괴롭게 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평가손실·충당금 적립 이슈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5조원 이상 대형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신한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합은 1조5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1분기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크게 늘면서 위탁매매수수료가 증가한 데다,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채권발행과 기업공개(IPO)가 활발해지면서 이들 증권사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 순익으로 3687억원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삼성증권(2531억원), NH투자증권(2255억원), KB증권(1989억원)이 뒤를 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당기순이익 증가율을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40.7%, KB증권 40.1%, NH투자증권이 22.5%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곳은 미래에셋증권(1706억원)과 메리츠증권(1265억원), 신한투자증권(757억원) 3곳이었다. 작년 1분기보다 미래에셋증권은 28.4%, 메리츠증권은 36.7%, 신한투자증권은 36.6% 감소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의 경우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의 손실이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 개별 기준 당기순이익은 1998억원으로 39% 증가했다.

이처럼 1분기 실적은 보유자산의 손실 여부에 따라 엇갈렸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한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국내 부동산PF 및 해외부동산에 대한 손실 반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 또한 대손상각비 감소(전 분기 대비)와 대손충당금 환입이 순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작년보다 30% 이상 당기순이익이 감소한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여전히 투자자산이 문제였다. 미래에셋증권은 수수료와 운용이익이 회복됐음에도 투자자산 손실인식이 지속됐고, 신한투자증권은 과거 취급했던 인수금융자산에 대한 손실 반영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투자·보유자산의 손실이나 이를 대비한 충당금 적립은 앞으로 지속해서 증권사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하며 부동산 PF와 해외대체투자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부실 PF사업장에 대한 금융사의 자체적인 구조조정(경·공매를 포함한 매각 등) 환경 조성에 나서는 등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추가적인 평가손실 발생이나 충당금 적립 가능성은 높아졌다.

NICE신용평가는 증권사의 부동산PF 추가손실 규모를 3조1000억~4조원으로 추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조1000억~1조90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그동안 적립된 충당금(2조원)과 증권사들의 체력(손실흡수능력)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수익성 저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분기 경영환경은 1분기보다 좋지 않다. 실적에 큰 힘이 됐던 증시 거래대금에 악재가 발생했다. 금리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커졌으며,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국내 증시의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4260억원이었으나, 4~5월(14일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8790억원으로 줄었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 축소로 채권발행과 IPO시장 등이 침체할 경우 그동안 증권사들이 경쟁력 강화에 힘썼던 전통IB 부문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적립이 일정 부분 예상된다”며 “브리지론 비중이 큰 증권사의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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