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비스포크AI 스팀 로봇 청소기./사진=황재희 기자
삼성전자의 비스포크AI 스팀 로봇 청소기./사진=황재희 기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인공지능(AI) 가전은 누구에게 가장 필요할까?”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답변 항목에 신혼부부·영유아 가구·1인 가구뿐 아니라 나이 많은 시니어층을 포함시켰다.

AI 기반 제품의 경우 디지털 기기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접근성이 높은 젊은층이 많이 찾을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때문에 가전제품 기업들은 최신가전 수요가 높은 신혼부부나 자녀양육 가구에 마케팅을 집중하는 경향이 높다.

반면 삼성전자는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을 위해 AI 가전 서비스를 해보겠다고 팔을 걷어부쳤다. ‘AI 가전=삼성’ 이라는 공식을 내세우고 있는 삼성전자의 ‘AI 가전 for 시니어’ 전략이 통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AI 패밀리 케어’ 서비스를 론칭한다. TV·냉장고·정수기·인덕션 등 주요 가전제품을 모바일 앱인 스마트싱스에 등록하면 패밀리 케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계획을 지난 14일 수원사업장 디지털시티에 위치한 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CX·MDE)센터에서 공개했다.

이날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올해 AI 콤보·AI 스팀 등 혁신 가전과 함께 AI 폰·AI 스크린 등 삼성전자 제품에서 ‘AI=삼성’이라는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AI 제품과 솔루션을 지속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AI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부사장은 이어 “나이가 많으신 시니어를 돕는 패밀리 케어가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패밀리 케어는 디지털 환경에 덜 익숙하고 주변 가족들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시니어층을 AI 가전으로 케어한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지내는 자녀들도 모바일에 설치된 스마트싱스를 통해 같이 사는 것처럼 돌봐드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효심’ 호소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실제로 자녀들은 모바일로 연결된 스마트싱스를 통해 부모님들의 가전 사용 유무를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원격으로 가전 제품을 제어할 수도 있다. 부모님들의 활동 유무를 AI 가전이 감지해 모바일 알림으로 자녀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왜 시니어층을 AI 라이프의 첫번째 타깃으로 설정했을까. 그 답은 숨은 소비자 발굴 등 고객층 확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의 경우 AI 가전을 쉽게 받아들이고 실제 구매도 많이 하고 있지만 고령자들은 AI 가전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데다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향이 높아서다.

실제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자체 조사한 고객(4000명) 분석에 따르면 AI 관련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구는 신혼부부가 51%로 가장 높았으며, 영유아 가구 46%, 1인 가구 34% 순으로 나타났다. 

AI 패밀리케어의 구체적 서비스 사례를 살펴보면, 냉장고 내부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자녀들은 어디서나 부모님의 냉장고 안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부모님이 약 복용 시 정수기가 알아서 물양과 온도를 맞춰주는 한편 약을 복용하지 않을 경우 미리 설정해 놓은 약 먹는 시간을 스피커가 음성으로 알려 준다. ‘비스포크 AI 스팀’ 등 로봇청소기를 통해선 부모님 집 내부 상태도 확인할 수 있고 인덕션이 켜진 채 부모님이 외출했다면 자녀가 스마트폰을 통해 끌 수도 있다. 

AI 가전을 일상에서 사용하게 될 시니어층의 필요성 보다는 부모와 떨어져 사는 자녀의 입장에서 더 요긴한 서비스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실제 AI 가전 사용자인 고령자층이 아닌 자녀의 입장에서 서비스 주요 사례를 소개한 건 똑똑한 전략이다. 아직까지 시니어층은 최신 AI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을 뿐 아니라 거리감까지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AI 제품을 사용한 경험 여부에 대해 고령층은 25.1%로 일반국민(49.7%)보다 24.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서비스를 경험해본적이 없는 응답자의 구체적인 이유는 ‘이용할 필요가 없어서’가 59.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아직 ‘AI에 대해 잘 몰라서'(47.5%), ‘이용 방법이 어려워서'(47.1%), ‘기술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23.6%)의 순이었다. 특히 ‘이용방법이 어려워서’라는 응답은 일반국민 대비 9.4% 높게 나타났다.

다만 고령자층이 가장 이용하고 싶은 AI 서비스는 헬스케어 서비스(53.1%)로 일반 국민(46.2%)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결국 시니어층에게 AI 가전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려면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AI 기술과 관련한 인식에서 시니어층은 AI가 ‘내 삶을 편리하게 해줄 것’이란 질문에 75.8%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더 나은 정보와 서비스를 받게 해줄 것’ 이란 질문에도 74.2% 가 ‘그렇다’고 말했다.

재밌는 사실은  ‘AI 기술이 사람들의 관계를 더 좋게 만들 것’이라는 데 관해선 고령자의 50.1%만 ‘그렇다’고 답했으며 절반인 49.9%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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