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체율 악화가 두드러지면서 각사가 건전성 제고에 머리를 싸맸다. 눈 앞 수익성만 좇다가 제2의 카드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연체이력이 적은 고신용, 고소득 가입자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카드사들이 연체이력이 적은 고신용, 고소득 가입자 비중을 확대를 꾀하고 있다 / D
카드사들이 연체이력이 적은 고신용, 고소득 가입자 비중을 확대를 꾀하고 있다 / DALL·E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부 전업카드사 실질 연체율이 2%를 넘겼다. 구체적으로 ▲하나카드(2.3%) ▲우리카드(2.28%) ▲KB국민카드(2.14%) 등으로 집계됐다. 실질 연체율이란 대환대출을 포함해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합산 연체액은 2조7000억원에 달한다. 2022년말 대비 약 7000억원 증가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같은 추세라면 3조원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약차주 증가로 건전성 우려가 불거지자 카드업계는 고신용, 고소득 가입자 모집에 초점을 맞췄다. 

프리미엄 카드로 고소득자 겨냥

카드사가 우선 택한 방법은 프리미엄 카드 출시다. 급전이 필요한 가입자보다는 연체이력이 적고 소비여력이 큰 알짜 고객 모집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카드 출시에 적극 나서면서 연회비 수익도 크게 올랐다. 

금융권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비씨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1조33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조2259억원) 대비 8.6%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2일 연회비 20만원 프리미엄 카드 ‘현대카드 서밋’을 공개했다. 혜택으로는 ▲매년 15만원권 바우처를 비롯해 ▲전 세계 1000여개 공항 라운지(연 5회) 이용 ▲국내 특급호텔 발레파킹 서비스(월 5회) 등을 제공한다. 

하나카드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이드(JADE)’ 를 지난 2월 선보였다. 연회비 12만원의 프리미엄 카드 제이드 클래식을 시작으로 3종의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호텔 다이닝이나 상품권·주유권 등 9만~1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매년 1회 제공한다. 전 세계 공항 라운지를 연 3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3월 ‘카드의정석 디어(Dear)’ 2종을 내놨다. 각각 쇼핑과 여행에 초점을 둔 상품으로 연회비는 15만원이다. 각각의 카드는 쇼핑과 여행에 해당되는 업종에서 5%를 적립해준다. 호텔이용권이나 포인트 등 10만원 상당의 기프트를 매년 제공하고, 국내외 공항 라운지를 동반 1인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프리미엄 카드 혜택을 받으려면 전월 실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등, 기본적인 소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회원수의 증가가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가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혜택이 항공, 숙박, 해외여행 등인 만큼 수요층이 어느정도 정해진 측면이 있다”며 “해당 혜택에 유인을 느낀 소비자라면 어느정도 소득 측면에서 여유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PLCC로 제휴사 충성고객 확보…모집비용 절감은 ‘덤’

상업자제휴표시카드(PLCC)도 먹히는 전략 중 하나다. PLCC는 카드사와 일반 기업이 1대1로 제휴계약을 맺고 해당 기업에 특화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카드다.

카드사 입장에선 제휴사의 충성고객을 회원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케팅도 제휴사와 연계해 진행하는 만큼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제휴사 고객별 소비 패턴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PLCC에서는 현대카드가 다양한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올리브영과의 협업을 선언, 조만간 19번째 PLCC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항공·자동차·유통·패션·게임·여가 등 다양한 업종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쿠팡과 손을 잡아 내놓은 PLCC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발급 50만장을 돌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LCC의 경우 특수한 목적성을 갖고 쓰는 만큼 계획적 소비가 가능해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은 편”이라며 “경쟁력 있는 브랜드와의 제휴가 곧 고객 모집으로 직결되는 만큼 카드사들이 제휴 브랜드 선별에 신경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프리미엄 카드는 혜택이 많고 연회비가 높다보니 가입자가 선별적일 수 있다”며 “주요 가입층의 소득이나 연령대가 높기에 연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PLCC 카드의 경우 카드사 입장에서 제휴사 고객을 추가 모집할 수 있어 모집비용 절감효과가 있다”며 “신규고객 유치 및 탈퇴에 제반되는 비용이 없어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카드”라고 덧붙였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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